도미니크 드빌팽(51·사진) 프랑스 새 총리는 시인 출신으로, 흰 머리가 인상적이어서 ‘은발의 시인’이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외무장관으로 입각한 그는, 당시 외교무대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부당성을 앞장서 주장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미국이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무력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자, 그는 거부권 행사를 선언하며 시와 같은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결국 유엔은 결의안을 내지 않았다.
2004년 내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불법이민 규제 조처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쌓았다. 이로 인해 이슬람계 프랑스인들로부터는 경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발탁의 가장 큰 이유는 시라크의 측근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선출직에 나간 적이 없고 정당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렇게 이해력이 빠른 사람은 드물다”며 그의 빠른 두뇌회전을 칭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두 사람은 형과 아우처럼 보인다”며 두 사람의 밀착 관계를 비꼬고 있다.
드빌팽은 정치인의 아들로 프랑스 엘리트 관료들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를 나왔다. 1980년부터 인도와 미국 등에서 외교관 경력을 쌓았으며, 1995년 시라크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할 때 보좌관을 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나폴레옹 전기를 내기도 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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