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1) 전 유코스 사장에게 유죄판결과 함께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러시아 법원은 무려 12일 동안 판결문을 낭독한 끝에 31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사기와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고 <에이피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리가르키(과두재벌)’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호도르코프스키는 지난 1996년 국영 석유회사들의 민영화 과정에서 유코스사를 헐값에 인수했다. 유코스는 다른 석유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하루 17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거대 석유기업이 됐고, 이 과정에서 호도르코프스키도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푸틴 정부는 2003년 10월 그를 사기와 조세포탈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스는 지난해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에 인수됐다.
호도르코프스키 지지자들은 그가 야당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푸틴의 정치적 라이벌로 등장한 데 대해 푸틴 정부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민영화 과정에서 편법을 통해 갑부가 된 재벌들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은 러시아에서 사유재산권과 주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증거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엑손모빌 등 미국 기업들에 유코스 지분의 상당 부분을 넘길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미 583일을 복역해 앞으로 약 7년 반을 더 감옥에 있어야 한다. 그의 변호인들은 열흘 안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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