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라야 대통령 쫓겨난지 넉달만에 임시정부와 합의
새달 대선 결과 수용키로…미국 등 국제사회 압박 효과
새달 대선 결과 수용키로…미국 등 국제사회 압박 효과
셀라야와 쿠데타 이후 세워진 임시정부는 30일 셀라야가 재취임해, 남은 대통령 임기 4개월을 끝마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셀라야는 “이번 합의로 나는 온두라스의 평화를 위해 수일 안에 권력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라야의 복귀를 반대하며 버텨왔던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도 “협상팀에 지금과 같은 정치적 상황을 끝내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다”며 합의를 수용했음을 시사했다.
양쪽은 조금씩 양보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임시정부는 셀라야의 복귀를 허용하면서도 의회의 인준을 받도록 했다. 의회 내 셀라야 지지층은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임시정부 협상팀이 셀라야 재취임을 사실상 수용한 만큼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내년 1월로 임기가 끝나는 셀라야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셀라야와 임시정부는 다음달 29일 치러질 대선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대통령 이·취임식 전까지 양쪽이 권력을 분점하면서 ‘신구 동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셀라야가 추방된 이후 온두라스에 내려진 외부의 제재와 중단된 국제사회의 원조를 재개한다는 임시정부 쪽 요구사항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사태 해결의 일등공신은 국제사회다. 셀라야의 복귀를 요구해온 미국은 고위 외교단을 파견해 양쪽을 중재해왔으며, 다른 한편으로 원조를 중단하면서 임시정부 쪽을 몰아붙였다. 합의 직후 톰 섀넌 미 국무부 서반구담당 보좌관은 “온두라스 국민들은 이번 합의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미주기구(OAS)와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도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와 압박을 병행해왔다. 특히 남미의 맹주인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정치적 견해차로 내쫓을 순 없다”며 미첼레티를 압박해왔다.
앞서 6월28일 200여명의 군인들은 셀라야를 대통령궁에서 체포한 뒤 수도 외곽 공군기지에서 비행기에 태워 코스타리카로 추방했다. 셀라야가 군 수뇌부와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기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개헌안을 추진하려던 게 쿠데타를 불러왔다.
코스타리카에 머물던 셀라야는 지난달 21일 몰래 온두라스에 입국해 브라질 대사관에 체류해왔고, 대사관을 봉쇄한 임시정부는 셀라야의 복귀를 거부한 채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온두라스 사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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