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한국서도, 이번엔 미국서도…
뉴욕 검찰, 반독점법 위반 제소
뉴욕 검찰, 반독점법 위반 제소
세계 최대의 컴퓨터칩 제조사인 미국 인텔이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 검찰총장은 4일 인텔이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수십억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쿠오모 총장은 “인텔은 뇌물과 강압이라는 반칙을 썼다. 인텔의 행위는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았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뉴스>는 전했다.
인텔의 독점 행위가 법적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인텔의 독점 행위를 문제 삼아 벌금 10억6000만유로(약1조8000억원)를 부과했다. 유럽연합 역사상 최대 액수였다. 인텔은 지난해 한국에서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으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조사를 받았다.
쿠오모 총장은 인텔이 지난 2006년 컴퓨터제조사 델에 경쟁업체 칩을 쓰지 않는 대가로 약 20억달러를 줬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6개월 동안에는 인텔이 델에 제공한 리베이트 액수가 델의 순이익보다 많을 때도 있었다. 실제로 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인텔의 경쟁사인 에이엠디(AMD)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쿠오모 총장은 밝혔다. 인텔은 휼렛패커드(HP)와 아이비엠(IBM)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고 쿠오모 총장은 주장했다.
쿠오모 총장이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을 보면 인텔은 컴퓨터제조사에 협박도 병행했다. 인텔 최고경영자는 2004년 델의 회장에게 “델이 에이엠디를 쓴다면, 우리는 지하드(성전)를 준비할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에이엠디 칩을 탑재한 제품을 생산했던 아이비엠과 휼렛패커드 경영진의 이메일에는 인텔의 분노에 대해 걱정하는 내용이 있다.
인텔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인텔 대변인 척 멀로이는 “쿠오모 검찰총장이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 내용은 맥락을 무시하고 인용한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텔은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 칩 시장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에이엠디가 약 18%, 대만의 비아(Via)는 1%에도 못 미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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