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스라엘 두둔에 불만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6일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대표적 협상파인 아바스의 선거 불출마 선언은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태도로 돌아선 데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쪽 협상 파트너로 아바스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중동평화 협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우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전면적으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할 때는 긍정적이었다”며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그 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미국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아바스 수반은 “선거 불출마 선언은 결코 거래나 정치적 책략이 아니다”라며, 선거 불출마 선언이 미국 압박용이라는 해석을 부인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두둔이 아바스의 불출마 선언의 결정적 계기였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건설 강행에 대해 ‘무조건 중단’ 대신 ‘무조건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 이튿날에는 팔레스타인에도 ‘조건 없는 평화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환영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아랍 세계는 분노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바스 없이 내년 1월 의회 및 수반 동시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에이피>(AP) 통신은 “팔레스타인 내부의 극심한 분열 때문에 선거가 있을지 자체가 의문이며, 치뤄진다 해도 합법성 결여 논란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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