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9일 첫 아시아 순방
중, 정치·경제 ‘G2’ 부상…일, 동등한 관계 요구
핵문제 등 아시아 협조 절실…한국선 FTA 문제
중, 정치·경제 ‘G2’ 부상…일, 동등한 관계 요구
핵문제 등 아시아 협조 절실…한국선 FTA 문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한·중·일 순방은 간단하지 않은 외교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가장 복잡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경제적으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해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는 미국의 맞상대로 떠올랐고, ‘미국의 제1동맹, 아시아의 영국’이었던 일본은 50년만의 정권교체 이후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또 북한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지원 등에서도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오바마가 취임 뒤 첫 유럽 방문때 받았던 열렬한 환영 보다는 “철저한 협상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G2로 부상, 맞서는 중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가장 무게중심을 두는 곳은 역시 중국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정치·경제·환경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협력 없이는 일을 진행하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의 문제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 핵, 아프가니스탄 지원, 기후변화 협약 등 전지구적 과제가 회담 테이블에 올라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후진타오 주석에게 중국의 급격한 군비 증강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뭐라해도 이번 방중의 최대 과제는 경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시장개방, 대미 투자 지속, 재정확대, 위안화 절상 등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타이어, 강관, 자동차, 닭고기, 종이, 화학제품 등 전방위에 걸쳐 진행중인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언급도 피해가긴 힘들다. 이런 미국을 응대하려는 중국에게선 동등한 위치에서 전세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당당함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 동등관계 요구, 달라진 일본 미국으로선 가장 ‘격세지감’을 느끼는 나라가 일본일지도 모른다. 도쿄 긴자 거리엔 “당신은 노벨평화상을 가졌으니, 오키나와엔 평화를 달라”는 피켓 시위도 등장했다.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대등한 미-일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간 불협화음에 대한 최소한의 화해 제스처로 동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를 일본으로 택했다.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가 최대 관심사지만, 이번 순방의 ‘메인’으로 다루기엔 양국이 다 부담스럽다. 일단은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일본의 지원이 표면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5년간 총 70억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 미-일 정상회담에서 밝힐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이처럼 미-일 동맹의 재확인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권이 표방했던 미-일 지위협정 개정 추진, 내년부터 시작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 일부 부담액 감축 추진 등 일본과의 마찰은 이제 시작이다.
■ FTA 이견, 그래도 한국 마지막 순방지인 한국은 오바마에게는 긴장보다 휴식을 제공할 지도 모른다. 중국, 일본에 비해 외교마찰 이슈가 거의 없어 한-미 동맹의 재확인과 북-미 대화에 대한 의견조율,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RPT) 요원 확대와 보호병력 파견 방침에 대한 감사 등이 정상간 대화를 구성할 전망이다. 또 내년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 방안, 기후변화 대처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까지 다뤄질 지가 관건이다. 실업률 고공행진을 하는 미국으로서는 국내 노동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ho@hani.co.kr
오바마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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