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콜롬비아] 미국때문에 ‘전쟁불사’
콜롬비아, 미군기지 허용하자 차베스 “전쟁 대비하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이 국경을 맞댄 이웃국가 콜롬비아에게 전쟁을 으르고 있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8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전쟁에 대비하라”고 군에게 지시하며, 시민들에겐 “자유를 지킬 준비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차베스의 화를 돋군 건 최근 들어 긴밀해진 미국과 콜롬비아의 군사협력이다. 지난 7월 이후 미국은 콜롬비아내 군사기지에 대한 미군 전투기와 전함의 접근권을 확장하는 한편, 콜롬비아 중부 마그델라나 계곡의 파란케로 공군기지 건설을 위해 4600만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 양국은 지난달 콜롬비아 내 7개 군사기지에 대한 미군의 사용을 허가하는 군사협정도 체결했다.
콜롬비아는 이 협정이 자국 내 마약 카르텔과 반군 소탕을 겨냥한 것으로 “미군은 콜롬비아 영내에서만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차베스 정권의 ‘전쟁불사’ 반발까지 나오자,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와 미주기구(OAS)에 가져가 해결하겠다며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사실 차베스 정권이 실제로 전쟁을 염두에 둔다는 관측은 거의 없다. 서방 관측통들은 차베스 정권이 현재 국내에 산적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최근 인기가 하락하고, 금융위기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난관에 처한 상황에서 차베스가 국민의 불만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베네수엘라 국민의 80%가 콜롬비아와 전쟁 가능성을 제기한 차베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론 베네수엘라 등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이번 군사협정이 최근 남미에서의 좌파 정권 열풍 속에 미국의 유일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우파 정권인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베네수엘라가 30억달러를 들여 군비를 확장했다며, 베네수엘라의 군확 노선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장 양국 관계가 악화되며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로 자국 상품 수출이 막혀, 경제위기가 더 심화되고 있다. 양국 사이의 교역량은 연 70억달러나 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캄보디아-타이] 탁신 때문에 ‘티격대격’
캄보디아, 탁신 초청하자 타이 “범법자 돌려보내라” “탁신은 범법자다. 체포해 타이로 돌려보내라.”(타이 정부) “거부한다. 탁신은 정치적 희생자일뿐이다.”(캄보디아 정부)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를 놓고 동남아시아 이웃국가 타이와 캄보디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타이 외무부는 11일 캄보디아 주재 타이 대사관을 통해 정식으로 캄보디아 정부에 탁신에 대한 신병인도를 요청했다고 <방콕 포스트>가 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탁신이 캄보디아 경제고문 자격으로 입국했을 뿐 정치적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거절했다. 양국 정부는 이미 캄보디아의 탁신 초청을 놓고 지난주 서로 자국 대사를 맞소환하는 한 차례 외교전쟁을 치렀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11일 탁신과 만찬을 같이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캄보디아 정부 대변인은 “탁신의 경제적 식견이 캄보디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탁신은 12일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재무부에서 경제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강의도 할 예정이다. 탁신과 오랜 친구 사이인 훈센 총리는 탁신의 거처를 캄보디아에 따로 마련해줬다. <프놈펜 포스트>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탁신을 미얀마 군사정부가 가택연금한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에 빗대왔다. 앞서 10일엔 군인들을 따로 보내 개인 소형 비행기를 타고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한 탁신을 경호하도록 했다. 탁신은 “나는 타이 정부와 싸우려고 캄보디아에 가는 것이 아니다. 빈곤 문제 해결에 대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가는 것이다”며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 정부는 탁신이 바로 옆나라에 공개적인 은신처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가 깊다. 타이 정부는 지난해 궐석재판에서 탁신에게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는데, 탁신은 지난 2006년 군사 쿠데타 뒤 타이를 떠난 이래 국외에 머물며 타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타이와 캄보디아 정부는 올해 초 접경 지역에 있는 고대 힌두교 사원인 프레아 비히어 영유권을 놓고 최소한 2명 이상이 숨지는 무력 충돌까지 벌인 바 있다. ‘탁신 외교전쟁’도 영유권 분쟁으로 쌓인 감정이 같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