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AP 연합뉴스
[오바마 중국 방문] 미 언론의 중국 보도 태도
“우리가 원하는 건 품질입니다. 우리와 계속 일하고 싶다면 이를 명심하세요.”
미국 위스콘신주의 인삼 농장에서 중국인이 일장훈시를 했다. 미국인 농부들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이 농장은 중국 수출용 인삼을 재배하고 있으며, 이 중국인은 중국 내에 1000여개의 인삼판매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양국의 현 위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여기에는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계산이 얽혀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4일 1면 머릿기사에서 “중국인들이 우리(미국인)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주는 지난 10년간 제조업종에서 16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그런데 중국 철강공장이 들어서고, 중국업체가 텅빈 쇼핑센터를 인수하고, 기계 등을 수입해줘 주 경제가 버틴다. 위스콘신 주지사는 2003년 취임 이후 교역확대를 부탁하러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고, 지역언론들은 “중국은 친구”라며 ‘반중 정서’ 사전차단에 나섰다.
미국 전역 8만9000여명의 중국 대학생들이 지난해 미국 대학에 낸 등록금만 20억달러(2조3200억원)다. <워싱턴 포스트>는 “과거의 학생(중국)이 이젠 (미국의) 선생이 되었다”는 말로 기사를 끝맺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중국이 ‘슈퍼 파워’로 부상했지만, 과연 세계를 이끌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신문은 14일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과 달리 세계를 바꾸려는 열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북한과 이란 핵,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중국의 책임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북한, 이라크, 다르푸르 등 문제 지역에서 중국은 책임감 대신 경제적 이득만 노린다”며 “중국은 강대국의 열망을 겸양으로 숨기고, 자신들이 여전히 가난한 개발도상국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제1 채권국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방중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 정치·경제적 개방을 충고하기 보다, 오히려 (미국 경제가 괜찮다는 것을) 믿게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마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큰 소리를 치기도 어려운 미국의 불편한 속내가 이들 언론보도에서도 드러난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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