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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일본 공항 머무는 중국인 ‘터미널 맨’

등록 2009-11-17 21:01수정 2009-11-17 22:15

 중국 입국을 거부당한 채 일본의 나리타 공항에서 13일째 지내고 있는 중국 인권운동가 펑정후.  <가디언> 캡처
중국 입국을 거부당한 채 일본의 나리타 공항에서 13일째 지내고 있는 중국 인권운동가 펑정후. <가디언> 캡처
2주째 노숙…8차례 귀국 거부당해
천안문 사태 비판 등 인권운동 경력
펑정후(55)의 거처는 일본 나리타 공항이다. 중국 국적인 그는 입국장과 세관 사이 ‘그린존’에서 13일째 생활하고 있다. 식수대 옆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이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떼운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로 중국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해외 언론의 취재에 응하느라 바쁘다.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의 처지는 2004년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을 떠올리게 한다. 톰 행크스는 미국땅을 밟고 싶어했지만, 펑정후는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의 옷에 ‘중국 상하이. 중국 시민이 여덟번이나 중국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쓰인 글귀가, 그의 사연을 짐작게 한다.

평정후는 지난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 나쓰키 스즈키를 만나러 일본에 입국했다. 하지만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네번은 항공사가 그의 탑승을 거부했고, 다른 네번은 상하이 푸둥공항까지 갔지만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다. 일본의 아나(ANA)항공은 지난 4일 상하이에 도착한 그를 강제로 다시 탑승시켜, 일본으로 끌고왔다. 당시 1시간이나 이륙이 지연됐던 아나항공 쪽은 상하이 당국이 그를 탑승시키지 않으면 이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서 취한 어쩔 수 없는 조처였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16일 해명했다.

펑정후는 수년 동안 지방 정부로부터 부당한 처분을 받은 이들을 위한 활동을 펴왔다. 2001년엔 중국 당국으로부터 ‘불법 사업활동’을 한다는 혐의로 기소돼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올 초에도 강제퇴거를 당한 한 시민을 돕다가 구금되기도 했다. 1989년 중국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당국을 비판한 그의 연설도 귀국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그는 믿는다.

그는 “나는 일본에 입국하기를 거부한다. 한 중국인을 납치해 일본으로 데려온 이와 같은 처사는 나에게 굴욕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굴욕”이라고 말했다. 일본 이민국 관리인 후미오 이케다는 그를 공항 밖으로 내쫓을 순 없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펑정후는 중국 정부를 겨냥해 “인권이 없는 곳엔 평화도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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