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8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회담을 하기 앞서 인사를 나누며 먼저 들어가길 권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쪽 “관계 동등해져” 환호
미국쪽 “얻은 것 없어” 비판
미국쪽 “얻은 것 없어” 비판
“오늘 중·미 두 위대한 국가가 악수를 나눴다. 중-미관계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으며, 새로운 현실을 맞아 새 여정에 들어섰다.”(<신화통신>)
“‘중국 환영? 오바마 대통령은 비민주적 권력과 동반자 관계를 시도했다.”(<워싱턴포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중국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떠난 18일, 그의 이번 방중에 대한 중국과 미국 언론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실력에 걸맞는 대등한 동반자로 인정했다고 환호했고, 미국은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초라한 채무자’가 된 미국의 현실과 오바마의 ‘저자세’에 당황했다.
세계는 중국에서 오바마의 발길을 따라 ‘달라진 전세계 세력 균형’을 똑똑히 목격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오바마의 방중은 전세계 세력 균형의 변화를 부각시켰다”며 “두 강대국이 동등한 관계를 향해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경보>는 “중-미가 공동으로 21세기의 도전에 맞서는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17일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중국어로 6500자 분량의 긴 공동선언에는 기후변화, 북한·이란 핵문제, 미-중 전략적 신뢰 구축 등 역대 미-중 정상회담 중 가장 광범위한 이슈들이 담겼다.
반면,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후진타오로부터 위안화나 인권, 이란 핵문제, 글로벌 불균형 등 미국의 핵심 사안에 대해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는 급부상하고 있는 경쟁자와 미국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이 애썼지만, 정상회담과 두 번의 만찬 등 6시간의 만남과 30분의 기자회견은 미국에 ‘노’ 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중국에서 오바마는 유럽이나 중동에서 ‘오바마 열풍’을 일으켰던 대중 연설도 할 수 없었고, 일반 중국인들과의 접촉도 철저히 차단당했다. 공들여 준비한 타운홀미팅의 청중들은 중국 정부가 엄선한 공산당 간부들로 드러났고, 그가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을 관광하는 동안 일반인 출입은 통제됐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반체제 인사 석방을 요구하던 시대도 옛말이 됐다. 중국은 오바마 방중을 앞두고 인권변호사 등 반체제 인사들을 구금 또는 가택연금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오바마의 첫 중국 방문 메시지에 ”중국이 미국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려면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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