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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원주민 유골 ‘백여년만의 귀향’

등록 2009-11-19 22:06수정 2009-11-19 22:07

19세기 말 영국의 호라시오 고든 로블리 장군이 남태평양의 영국 식민지에서 수집했던 마오리족의 문신한 머리 앞에 앉아있는 모습.
19세기 말 영국의 호라시오 고든 로블리 장군이 남태평양의 영국 식민지에서 수집했던 마오리족의 문신한 머리 앞에 앉아있는 모습.
스웨덴·영국 등 마오리족 머리 유골 반환
원주민 머리 수집했던 식민주의 유산 반성
원주민들의 ‘귀향’에는 10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서구 박물관들이 진귀한 ‘물건’으로 여겨 옛 식민지에서 수집했던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원주민 유해들을 최근 잇따라 반환하면서다. 너무 늦은 ‘참회’이지만.

스웨덴 박물관 2곳은 18일 뉴질랜드 마오리족 원주민 5명의 머리 유골을 테파파통가레와 뉴질랜드 국립박물관에 반환했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이제 뼈만 남은 머리들은 하얀 박스에 실린 채 고향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에 실렸다. 테파파통가레와 뉴질랜드 국립박물관의 헤레키에키에 헤레위니는 “마오리족들은 조상이 고향에 묻혀야만 조상과 후손 모두가 평안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골 반환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오리족 원주민 주검의 머리가 유럽 박물관 곳곳에 물건처럼 보관되어 있는 것은 식민주의의 유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토이 모코’라 일컫는 문신한 마오리족 주검의 머리를 수집하는 유행이 일었다. 마오리족들은 위대한 인물이 죽으면 주검에서 머리를 잘라내 두상을 보존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문신한 주검의 머리라는 점이 유럽인들에게 ‘신기하게 보여’ 비싼 값에 거래됐다. 토이 모코뿐만 아니라 문신하지 않은 마오리족 머리도 거래됐다. 나중에는 공급이 달려 마오리족들이 동족을 살해해 주검의 머리를 팔기까지 했다. 이후 이 머리들은 유럽 박물관 곳곳에 흩어졌다.

100년 이상 이역만리를 떠돌던 마오리족 유해들이 그나마 고향에서 안식을 찾을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1992년부터 뉴질랜드 테파파통가레와 국립박물관이 끈질기게 유럽 박물관들에 반환 요구를 하면서부터다. 올해 들어 유골 반환은 더욱 활기를 띠어, 지난 주말 영국 웨일스 갤러리도 마오리족 유골 12구를 반환했다.

유골 반환은 마오리족들만의 소원은 아니다. 지난 16일 멕시코 소노라주에서는 멕시코 야키 부족 인디언 유골 12구가 107년 만에 고향 땅에 묻혔다. 유골은 107년 동안 엉뚱하게도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미국 인류학자가 멕시코 연방군에게 학살된 야키 부족 인디언 주검에서 목을 잘라, 멕시코 인종 연구를 위해 유골을 갖고 있다가 박물관에 보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가나 정부에 네델란드 레이던대학병원 박물관에 포르말린 처리되어 보관되어 있던 가나 부족장 바두 본수 2세의 머리를 200년 만에 반환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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