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역학지도가 바뀐다] 미-중-인도 관계
인도, 파키스탄 문제 등 중국보다 미국 군림 원해
위안화 기축통화론 반대로 미국에 환심사기 나서
인도, 파키스탄 문제 등 중국보다 미국 군림 원해
위안화 기축통화론 반대로 미국에 환심사기 나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미국과 중국의 ‘G2시대’라는 현실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변화한 미국-중국 축을 둘러싸고 아시아 주요국들은 이미 연말까지 빽빽한 일정을 잡아둔 채 숨가쁘게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중국 접근, 중국과 북한의 관계 밀착, 인도의 미·중 밀착에 대한 반감표현 등은 아직 ‘현상’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수년동안 벌어질 아시아 역학관계 변화의 시작이다. 기존 전통적 동맹관계에서 탈피해 전지구적 의제들을 테이블에 올리는 아시아 외교가에서, 한국은 여전히 대미 안보동맹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아시아 순방에서 향후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온 오바마에게는 중국 외에 또하나의 대국, 인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첫 국빈방문 대상으로 선택된 만모한 싱 총리는 22일(현지시각) 워싱턴 교외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해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번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가 제외된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없지 않다.
외신들은 미국이 ‘주요 2개국’(G2) 체제를 강조하며 중국에 바짝 다가섬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도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핵 협력협정을 맺는 등 적극적 대인도 정책을 펼쳤던 조지 부시 행정부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인도의 전략문제 분석가인 라자 모한은 <파이낸셜 타임스>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와의 관계 진전을 바라고 있으나, 경제위기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은 미국은 인도보다 중국을 더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인도는 중국보다 미국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과 책임을 나누며 세계를 이끌 마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확정되지 않은 ‘짝사랑’ 관계 속에서 각국의 관계 재설정 및 강화를 위한 움직임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인도는 중국과 은근한 경쟁관계다. 또 올들어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대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지난 8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중국과 인도의 영토 분쟁지역인 타왕을 방문하도록 인도 정부가 허용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는 공식비난했다.
싱 총리는 미국 도착에 앞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회복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내가 아는 한, 달러화의 지위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물은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달러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축통화 사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단호한 반대로 인식된다.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로 1990년대 인도 경제의 부흥을 일궈낸 싱 총리의 이런 언급에는 경쟁국인 중국의 급부상보단 미국의 군림을 더 원하는 인도의 바람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 총리는 “중국 스스로도 (달러 대체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다”며 “그들(중국)은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달러화를 보유하고도 이를 처분하지 않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말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인도는 또 중국 외에도 오랜 앙숙인 파키스탄과의 역학 구도에서도 미국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에 집중하면서 인도는 남아시아 정책에서도 소외되는 상황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싱 총리는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현 국경을 다시 획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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