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아프간 탈레반들 쏟아져올까” 걱정
아프간 “8년간 못푼 문제 18개월만에 풀수있나”
아프간 “8년간 못푼 문제 18개월만에 풀수있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발표한 새 아프간 전략의 성공여부 변수는 미국내 여론만이 아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이 열쇠를 쥔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미군의 성공적인 알 카에다 소탕엔 탈레반의 근거지가 접경지역에 있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미국의 성공적인 철군은 아프간 정부의 치안능력 개선 없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작 파키스탄 정부의 반응은 조심스런 편이다. 오히려 증파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까지 내비쳤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2일 “미군의 아프간 3만명 증파가 파키스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가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아프간 탈레반의 대거 유입 가능성 때문이다. 대규모로 증파된 미군이 2011년부터 단계적 철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탈레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 탈레반은 미군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알자지라>는 “특히 남서부 발루치스탄 지방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파키스탄에 줄곧 전쟁 협력을 압박해왔다. 오바마는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 퍼지고 있는 암이 파키스탄 국경지대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국경 양쪽에서 수행하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라며 파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과거 파키스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싸움이 자신들의 몫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었다”며 파키스탄에 대한 경고성 언급도 잊지 않았다.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파키스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아프간 정부를 들어서길 바라온 파키스탄으로선 난감한 처지인 셈이다. 그렇다고 동맹국인 미국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도 없다.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과 파키스탄이 공통의 이해와 관심, 믿음에 바탕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전략 실행에 관한 모든 측면에서 투명성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2011년부터 철수하기 시작하면 아프간 탈레반과 거의 홀로 맞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프간 내부에선 미군이 앞으로 18개월 안에 철수를 시작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한 참모는 “미국이 8년 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이제 와서 어떻게 18개월 안에 풀기를 원하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아프간 의회의 슈크리아 바라크자이 의원은 “오바마의 발표는 탈레반에게만 좋은 소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카르자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의 시선이 많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출구 전략은 카르자이처럼 부패한 파트너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저널>은 “18개월 동안 카르자이의 힘은 예상보다 강해지고 탈레반의 힘은 예상보다 약해진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에 설상가상으로, 아프간 탈레반은 더욱 강도 높은 저항을 선언했다. 익명의 탈레반 사령관은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군 추가병력 3만명은 더욱 강력한 저항과 전투에 직면할 것”이라며 “오바마는 아프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많은 관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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