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통신]
첫 대규모 시위, 필리핀 · 호주 등서도 공동행동
당사국 합의초안 공개…선진-개도국 모두 불만
첫 대규모 시위, 필리핀 · 호주 등서도 공동행동
당사국 합의초안 공개…선진-개도국 모두 불만
반환점을 돌아선 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의 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의 첫 시위가 벌어졌다.
12일 밤 약 4만명(시민단체 쪽 추산 10만명)의 환경운동가 등 시위대가 코펜하겐에서 시가 행진을 벌이다가 덴마크 경찰과 충돌하면서, 968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덴마크 경찰은 13일 13명을 제외한 체포된 시위참가자들을 석방했다.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이날 낮 코펜하겐 크리스티안 지역의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지금 행동하라”, “인류를 구하라”는 등의 손팻말을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벨라센터 앞까지 6㎞를 행진했다. <옵서버>는 “각국 대표단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라고 재촉하는 시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과격 시위 참가자들이 돌을 던지고 창문을 깨뜨리면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날 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주교는 벨라센터 바깥에서 “베를린에서의 행진은 장벽을 무너뜨렸고, 케이프타운에서의 행진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정책)를 없앴고, 코펜하겐에서의 행렬은 기후변화 협상을 타결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65개국에서 비정부기구(NGO), 노조, 정당 등 515개 단체는 이날을 기후변화에 맞선 ‘국제 행동의 날’로 지정해, 오스트레일리아·필리핀·인도네시아·이탈리아 등 곳곳에서 기후변화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았다. 지난 11일 언론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합의 초안이 공개됐다. 초안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에 견줘 50~95% 줄이도록 했다. 선진국들은 배출량을 2020년까지 최소 25~40%, 또는 45% 줄여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배출량을 눈에 띄게 감축”하거나, 기존의 2020년 배출 전망치에서 15~30%를 줄여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기후변화 대표는 12일 “이 초안은 결코 타결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 진영은 미국의 편에 서서, 신흥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신흥국들은 ‘더 이상 양보하기 어렵다’고 밝히면서, 선진국들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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