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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대 못미치는 미·일 정상 스타일

등록 2009-12-21 21:07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오바마 ‘데드라인’ 남발
하토야마 “내가 결정” 말만




오바마 ‘데드라인’ 남발

오바마 시한 약속 잦지만
결국 부도수표 전락 많아
“3권분립 무시” 지적 일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 이틀 뒤인 지난 1월22일 “1년 안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오바마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키지 못한 데드라인이 있다”며 “내년 중에는 폐쇄될 것”이라고 말해 마감시한을 넘긴 것을 인정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오바마만큼 데드라인을 자주 언급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관타나모 수용소, 의료보험 개혁, 이란 문제까지 수많은 국내외 주요 정책들에 대해 스스로 시한을 정해 ‘데드라인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애초 의료보험 개혁안과 관련해 상·하원 합의시한을 8월로 정했지만 마감을 넘겼다. 그 다음에는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하원만 통과한 상태다. 상원 통과-상·하원 단일안 마련 및 통과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연내에 약속한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기란 쉽지 않다. 오바마는 또 상·하원에 에너지 관련 법안과 금융감독 개혁 법안을 연말까지 처리할 것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도 하원에선 통과됐지만, 상원 처리가 남아있다.

대외 문제에서도 오바마는 러시아와의 군축 협상을 12월5일까지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한을 넘겼다. 이란에 대해선 연말까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외교적 타결 제안에 반응하도록 시한을 정해 경고했지만, 이 또한 이란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오바마가 이처럼 ‘부도 수표’를 남발하는 이유는 오바마가 제시하는 ‘데드라인’ 대부분이 대통령 권한 밖인 의회 법안 통과 또는 외국과의 외교적 사항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에 돌입한 공항 관제사들에게 작업장 복귀 데드라인을 정한 뒤, 이를 지키지 않자 1만1000명을 그대로 해고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법안을 기한 안에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의원들을 해고할 수 없는 게 다른 점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오바마의 이런 스타일은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했다는 평가도 많다. 일각에선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자기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에선 “의회가 결정해야 될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양당제를 훼손시킬 뿐 아니라, 대통령의 말을 스스로 가볍게 만든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하토야마 “내가 결정” 말만

하토야마 정책결단 못하고
안팎 눈치보느라 머뭇머뭇
지도력 실망감…지지율 뚝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21일 보도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은 48%로 한달 전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9%포인트 하락한 55%를 기록했다.

지지율 급락은 질질 끄는 후텐마 기지이전 논란을 비롯해 총선 당시의 핵심 공약 수정,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 시진핑 중국 부주석의 일왕 면담 특혜 논란, 재정적자 악화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권교체 이후 한껏 기대감이 높아졌던 일본 국민들이 하토야마 총리의 미숙한 정치역량에 실망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하토야마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74%에 달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비지지의 이유로 ‘지도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지난번 조사의 16%에서 42%로 크게 올라갔다.

하토야마 총리가 좀처럼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는 정치구조적 요인에다 개인적 정치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일반 여론은 미국 정부나 일본의 보수 언론들보다 훨씬 전향적인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를 보면 미-일 합의안 이행 주장은 25%에 불과하고, ‘오키나와 밖 또는 국외이전’ 여론이 51%로 두배나 많다. 그도 자신의 지론인 ‘주일미군 상주없는 안보’관에 따라 오키나와 밖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미-일 동맹이라는 두터운 벽에 부닥쳐 좌고우면했다.

그의 독특한 발언 스타일도 부메랑 효과를 낳고 있다. 말을 툭툭 내뱉는 아소 다로 전 총리와 달리 기자들에게 사안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그의 스타일은 처음엔 “정중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후텐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발언의 핵심을 종잡을 수 없다” “발언을 번복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내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입버릇처럼 내뱉는 하토야마 총리의 수사법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의 총선 핵심 공약 수정 문제와 관련해 지난 17일 외유를 떠나기 전 “내가 최종 판단하겠다”고 발언했지만, 귀국 이후 아무런 최종판단도 보여주지 못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하토야마 총리로서는 공약 수정을 밀어붙인 당내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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