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단체 “미군이 훈련시킨 특수부대 학살에 기여”
소로스 “푸틴, 발포권고”…“석유 영향력 위해” 분석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에선 지난 5월 우즈베키스탄 정부군의 안디잔 반정부시위대 유혈진압 사태에 대한 이들 강대국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즈베크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석유·천연가스 등의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중동·중국과 맞닿아 있어 지정학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를 무대로 한 강대국들의 ‘거대한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4일 미국 정부가 몇달 전부터 임시주둔 중인 우즈베크 남부 하나바드 공군기지에 대한 장기주둔 협정 협상을 벌여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국방부 및 국무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안디잔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즈베크 남부 하나바드 공군기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이언 휘트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 기지 사용료로 우즈베크 정부에 1500만달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전세계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우즈베크에 영구주둔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훈련시킨 우즈베크 경찰특공대의 지휘관들이 시위대 학살에 관여했다는 인권단체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우즈베크와의 동맹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등 상원의원 4명은 “미군이 훈련시킨 우즈베크군이 학살에 가담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군기지 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리들은 미군이 “소수의 우즈베크 특수부대와 국경수비대를 훈련시켰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들 부대가 안디잔 사태에 관여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지 협상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도 우즈베크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아시아지역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외무장관들은 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회담을 열고 중앙아시아의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테러와 분리주의, 이슬람주의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2001년 구성된 이 기구에는 러시아, 중국, 우즈베크와 함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가입해 있다. 이번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즈베크 사태에 탈레반과 체첸의 테러리스트들이 개입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를 조사 중”이라며 현 정부를 옹호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일어난 우즈베크, 키르기스 사태는 전적으로 국내 문제”라고 거들었다. 한편, 미국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3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즈베크 안디잔 사태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에게 발포하도록 두 나라 대통령에게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카리모프(우즈베크 대통령)는 푸틴의 조언을 실행에 옮겨 최근 역사에서 가장 큰 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 쪽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