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약하고 비상장비 없어…“얕은 지진에 충격 커”
외신들은 아이티 지진 희생자 수를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으로 추정해 전하고 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수천명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리히터 규모로 7.0인 이번 지진 피해가 진도에 견줘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되는 근거는 우선 진앙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5㎞밖에 떨어지지 않은데다, 땅속 8~10㎞로 매우 얕았기 때문이다. 지구물리학연구소(IPG) 파리본부의 지진학자 얀 킹거는 <아에프페>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강도가 크고 피해가 넓은 지역에 미쳤다”고 말했다.
또 아이티의 건물들이 충격을 견디기에 매우 허술하게 지어진데다, 비상시를 대비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도 희생자가 많을 것임을 예상하게 하는 근거다. 여진이 멈추기도 전에 어둠이 밀려들어 구호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희생자 수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희생자와 피해규모에 대한 파악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진이 휩쓸고 간 뒤 곧 밤이 온데다, 교통 및 통신시설이 상당부분 파괴돼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심지어 유엔조차 아이티에 사무소를 둔 국제기구들로부터 소식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지원군에 속한 사람들 정도가 그나마 국가 단위로 조금씩 희생자 수가 파악되고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구호팀 파견을 준비중인 국제적십자사조차 상황파악이 어려워 어느 규모로 구호팀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폴 코넬리 대변인은 “이번 지진으로 300만명가량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하루나 이틀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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