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 있는 구글 중국 본부 앞에 13일(현지 시각) 꽃과 함께 “구글 바이 바이”라고 쓴 글이 놓여 있다. 일부 중국 젊은이들은 검열 때문에 중국 시장 철수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구글을 지지하는 의미로 꽃을 갖다 놓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 “검열 반대” 맹공
중 “정치 의도” 역공
중 “정치 의도” 역공
세계 최대 검색엔진업체 구글의 ‘중국 사업 철수’ 경고가 미국-중국 관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12일(현지시각) 구글이 중국 내 해킹 공격과 인터넷 검열에 반발해 중국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발표한 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인터넷 자유를 보장하라며 강력한 공세에 나섰다. 2010년 들어 무역분쟁과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둘러싼 긴장에 이어 구글과 인터넷 자유 문제가 미-중 관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로버트 깁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구글이 중국 사업 철수에 대해 백악관과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인터넷 자유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도 성명을 발표해 “구글이 중국을 배후로 지목한 사이버 공격 때문에 현지에서 활동하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구글과 미국 기업들에 안전한 상업활동이 가능한 분위기를 보장해주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 야후도 성명을 내, 구글이 중국발 해킹 공격에 맞서기로 한 데 대해 “동참하겠다”며 구글 응원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 대변인은 14일 이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법에 근거해 인터넷을 관리한다”며 “우리의 관리 조처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구글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했지만, 구글이 비판한 중국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해킹이나 중국 정부의 검열 문제 등은 전하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구글을 ‘대항마’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칭화대학 중미관계연구센터의 자오커진 부소장은 <21세기 경제보도>에 “구글 사태는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됐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을 겨냥해, 인권문제로 중국을 비판하고 무역문제에서 중국 기업을 겨낭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군수·에너지 기업의 지지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월 미-중 인권대화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구글 사태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주요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는 21일 인터넷 자유에 대한 연설을 하고 새 인터넷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와 다른 미국 인터넷 업체 경영진들은 지난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인터넷 자유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서부 칭화대학 앞에 있는 구글 중국 본사 건물 앞에는 13일부터 젊은이들이 꽃다발과 촛불 등을 가져다놓고 구글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 있다. 보안요원들이 이를 막는데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불법 헌화’가 인기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블로그와 토론 사이트는 “구글 떠나지 말라”는 지지 글과 “구글이 중국에서 돈만 벌고 중국 법은 준수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떠들썩하다. 구글이 중국 정부가 요구한 검열을 중단하면서 13~14일 구글 중국어판 사이트에선 이전에는 검색되지 않던 천안문 시위 당시 탱크를 막아섰던 남성의 사진과 달라이 라마 관련 뉴스 등이 검색되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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