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8시간 달려가 폐허속 아내 구출…아직 희망은 있다

등록 2010-01-15 19:54수정 2010-01-15 22:20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43시간 동안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던 여성이 14일(현지시각) 구조되고 있다. 이 여성의 딸이 구조된 어머니를 부축하며 기뻐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43시간 동안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던 여성이 14일(현지시각) 구조되고 있다. 이 여성의 딸이 구조된 어머니를 부축하며 기뻐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아이티 지진 대참사] 구조손길 기적을 만들다
건물더미 깔려 신음하던 11살 소녀 ‘생환’
임신부 참사 2시간뒤 임시진료소서 출산
지난 12일(현지시각) 아이티의 한 시골 마을에 있던 미국인 프랭크 소프는 지진이 나자,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아내 질리언 걱정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수십 차례의 여진을 뚫고 곧장 포르토프랭스로 차를 몰았다. 8시간 만에 도착해보니, 선교회 건물은 이미 무너져 온데간데없었다.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이 돌아다니던 그의 눈에 잔해 더미에 깔린 채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아내의 손이 보였다. 우선 말을 건네 질리언을 안심시켰다. 맨손으로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마침내 빠져나온 질리언은 뜨겁게 남편을 껴안았다.

미국의 <엠에스엔비시>(MSNBC)는 14일 “질리언은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며 “소프와 질리언이 지금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옮겨 귀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기적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무너진 5층짜리 유엔 평화유지군 본부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구조팀은 생존자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최고책임자를 포함해 200명 이상이 실종된 가운데, 36명의 주검을 잔해 속에서 확인해온 터였다. 그러나 14일 오전 구조대의 귀에 구조를 요청하는 외침이 들렸다. 짙은 초록색 제복을 입은 에스토니아 출신 타르모 요베르는 구조 시작 5시간 만에 제 발로 걸을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발견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것은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철골구조물에 다리가 깔린 열한 살 소녀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소녀를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자꾸 흘렀고, 소녀를 살리려면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4일 해가 지고 난 뒤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 전기톱과 작은 발전기를 구해온 것이다. 두 시간의 작업 끝에 소녀는 구조됐다. 하지만 집에 홀로 있다 건물이 무너져서 깔려 있던 또다른 아홉 살 소녀는 비명을 들은 이웃들이 거의 이틀 동안 힘을 합쳐 잔해를 치웠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여전히 곳곳에서 들려온다. 아직 희망은 있다. 아이슬란드 구조팀은 24시간의 구조활동 끝에 14일 오후 10시께 무너진 ‘캐리비언 마켓’ 건물 잔해 속에서 여성 한명과 또다른 부상자 한명을 구해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매몰된 지 50시간 만이었다.

참사 속에서도 새 생명은 태어났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5일 “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2시간 뒤 한 차고에 임시로 마련한 진료소에서 한 아이티 여성이 브라질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여자아이를 출산했다”고 브라질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진료소 쪽은 “아이는 건강하지만, 산모는 출혈이 멈추지 않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안타까운 사연을 함께 전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