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여성이 20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미군 82공수사단 병사들이 나눠주는 물을 받기 위해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 있다. 포르토프랭스/ AP 연합뉴스
“더 나은 미래 만들자” 아이티판 마셜플랜 논의
캐나다서 국제회의…세계경제포럼서도 과제로
캐나다서 국제회의…세계경제포럼서도 과제로
꽃 장수가 다시 나타났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추모객들에게 꽃을 판다. <에이피>(AP) 통신은 21일 지진 발생 8일째를 맞은 아이티가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가는 징후라고 전했다.
아이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긴급 구조와 원조에서 ‘새로운 아이티’ 재건으로 옮아가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아이티판 마셜 플랜을 제안했다. 그는 20일 “오늘 당장 다급한 것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지만, 몇 주 뒤는 재건이 될 것이다”며 “아이티를 위해 마셜 플랜처럼 국가재건을 위한 더 큰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망자 약 20만명, 이재민 약 150만~2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아이티를 단순히 이전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아이티를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이주기구(IOM)는 21일 아이티 지진 피해자 약 50만명 정도가 포르토프랭스에 설치된 임시 수용시설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아이티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삶의 질이 최악이었다며, 지진이 아이티를 더 나은 국가로 재건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아이티 정부는 대통령궁까지 파괴돼 기능이 마비된데다, 지진 이전에도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국제사회의 역할이 더욱 주목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19일치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아이티를 지원하면서 더 큰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포르토프랭스의 주민들은 일자리와 존엄과 더 나은 미래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 최대 투자자인 아일랜드 통신재벌 데니스 오브라이언과 광범위한 외국인 직접 투자 등을 포함한 아이티판 마셜 플랜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25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각국 외무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아이티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27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아이티 재건은 세계경제 위기 및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3대 주제 가운데 하나로 논의된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아이티 재건 지침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아이티 재건기금 조성 △아이티인의 재건활동 주도 △원조국 사이의 조율을 통한 체계적 지원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처방 등을 제시했다.
한편, 미국은 아이티 지진 구호 지원 등을 위해 해병대 2000명을 추가로 파병, 지원병력 규모를 1만5000명까지 증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역사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아이티는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의 800명 파병을 거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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