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줄타기’ 속사정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대만과 단교했으나,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는 것까지 끊으려 하진 않았다. 이는 무기판매에 따른 경제적 이득 외에도 ‘힘의 균형을 통한 평화’를 꾀하려는 군사적 목적도 깔려 있다. 무기제조 회사의 로비도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미 하원은 대만에 방어 목적의 무기제공을 의무화하자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고, 지금도 의회에서 대만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다.
당시 ‘미국과의 수교’가 우선이었던 중국은 지금과 달리 사실상 이를 묵인했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는 미-중 갈등의 잠복요인이었다. 1982년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줄여나가겠다”고 중국과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무기판매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에 결정한 110억달러 상당의 무기판매 계획의 일부이다.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는 게 미 행정부의 입장이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당시,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판매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미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대만은 중국의 지방’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대만의 자국 방어는 인정해야 한다는 쪽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만에 판매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등의 무기는 대부분 공격보다는 방어용에 가깝다. 또 최근 사사건건 불거지고 있는 미-중 갈등의 이면에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처음 이뤄지는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가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이 경우, 타깃은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를 함께 생산하는 보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대만 무기수출 관련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면 이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