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G20회의서 기본원칙 결정 기대” 밝혀
사용처 등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사용처 등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이른바 ‘은행세’ 도입을 둘러싼 국제적인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세계 경제 주요국들이 은행세 도입에 대한 합의에 근접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는 6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 과세 기본 원칙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영국정부가 기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은행세 논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월가 은행들에 향후 10년간 900억달러 가량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세금은 대형 은행 50곳에 한정해 미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한 구제금융을 환수하는 징벌적 형태의 과세다. 이런 은행세 제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브라운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언 이후 세계 여론이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회의 전에 국제적인 은행세 도입에 지지를 나타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은행 과세는 세계 주요국이 함께 도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미국과 함께 국제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의 총리가 국제적인 합의를 시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은행 과세는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78년 주장한 것으로 국제 자본거래에 거래액의 0.1%가량 세금을 물려 투기적인 자본이동을 줄이고, 거둔 세금으로는 빈국의 개발을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함께 시행하지 않으면 국제자본이 세금이 없는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상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던 ‘토빈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금융자본 규제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미국은 금융거래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며 토빈세 도입에 즉각 반대했다. 반면, 브라운 총리는 “은행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찬성 입장이었다. 브라운 총리는 11일 “어떤 형태로든 국제적인 은행 과세는 필요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국제통화기금은 미국과는 다른 형태를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은행 수익이나 매출액 또는 임직원 보수에 과세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은행 과세가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비춰지는 것도 반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은행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유사시 구제금융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은행 과세로 얻은 수입은 국제적 위기에 대비한 공동 기금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개별국가가 국가부채 상환이나 정부지출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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