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비협조 감정풀자” 총리 방미
군기지 개방·투자요청등 관계개선 시도
쿠르드노동자당 제제등 ‘실속챙기기’ 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에 등을 돌렸던 터키가 최근 들어 친미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8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에르도안 총리의 미국 방문 목적은 이라크 전쟁 때 수십억달러의 지원 등을 약속했는데도 터키가 미군의 터키 기지 사용 등을 거부하면서 악화된 두 나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터키가 미국에 다시 손을 내미는 데는 그동안 공을 들여온 유럽연합 가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유럽연합 내에서는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가입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헌법 부결 배경에도 반이슬람 정서가 배어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터키계인 북키프로스터키공화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터키계와 그리스계가 갈등을 일으키던 키프로스에서 1974년 그리스계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군대를 보내면서 남북으로 갈라선 곳이다. 그러나 북키프로스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눈엣가시인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미국에 조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쿠르드노동자당은 이라크에서 훈련을 한 뒤 터키로 잠입해 쿠르드 독립을 위한 유혈투쟁을 벌여 왔다. 터키는 이밖에 관계법령의 개정 등을 통해 미국의 투자를 촉진하고 무역의 활성화도 요청할 방침이다. 터키가 다시 친미노선으로 회귀하려는 조짐들은 지난 4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4월 말 미국의 주요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 터키의 F-16 전투기 성능개선 계약을 맺은 것이 그 징후다. 터키 국방장관은 “이 협정은 두나라 관계가 궤도에 올랐다는 최상의 증거”라고 말했다.
터키는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물자 수송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미군의 인시르리크 공군기지 등 주요 기지 사용 요청도 받아들였다. 또 지난달 중순에는 한국군과 영국군이 남부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제한을 또다시 풀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국가 지도자로서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동평화의 중재자 구실을 자청했고, 곧이어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활발한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미국으로서도 터키와의 관계개선은 큰 이득이다. 당장, 전통적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맹방인 터키와 손잡을 경우 무장세력이 주로 활약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럽과 아랍세계의 중간에 위치한 터키에게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이다. 로버트 죌릭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일 미-터키 기업인 회의에 참석해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지지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터키는 정세가 불안한 중동지역의 안전한 피난처일 뿐 아니라 인도·중국 등 신흥강국의 부상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전방위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터키에 대한 기대의 일단을 드러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군기지 개방·투자요청등 관계개선 시도
쿠르드노동자당 제제등 ‘실속챙기기’ 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에 등을 돌렸던 터키가 최근 들어 친미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8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에르도안 총리의 미국 방문 목적은 이라크 전쟁 때 수십억달러의 지원 등을 약속했는데도 터키가 미군의 터키 기지 사용 등을 거부하면서 악화된 두 나라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터키가 미국에 다시 손을 내미는 데는 그동안 공을 들여온 유럽연합 가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유럽연합 내에서는 이슬람국가인 터키의 가입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헌법 부결 배경에도 반이슬람 정서가 배어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로 예정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터키계인 북키프로스터키공화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터키계와 그리스계가 갈등을 일으키던 키프로스에서 1974년 그리스계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군대를 보내면서 남북으로 갈라선 곳이다. 그러나 북키프로스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눈엣가시인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해 미국에 조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쿠르드노동자당은 이라크에서 훈련을 한 뒤 터키로 잠입해 쿠르드 독립을 위한 유혈투쟁을 벌여 왔다. 터키는 이밖에 관계법령의 개정 등을 통해 미국의 투자를 촉진하고 무역의 활성화도 요청할 방침이다. 터키가 다시 친미노선으로 회귀하려는 조짐들은 지난 4월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4월 말 미국의 주요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이 터키의 F-16 전투기 성능개선 계약을 맺은 것이 그 징후다. 터키 국방장관은 “이 협정은 두나라 관계가 궤도에 올랐다는 최상의 증거”라고 말했다.
터키는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물자 수송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미군의 인시르리크 공군기지 등 주요 기지 사용 요청도 받아들였다. 또 지난달 중순에는 한국군과 영국군이 남부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제한을 또다시 풀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슬람국가 지도자로서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동평화의 중재자 구실을 자청했고, 곧이어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활발한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미국으로서도 터키와의 관계개선은 큰 이득이다. 당장, 전통적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맹방인 터키와 손잡을 경우 무장세력이 주로 활약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유럽과 아랍세계의 중간에 위치한 터키에게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이다. 로버트 죌릭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일 미-터키 기업인 회의에 참석해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지지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터키는 정세가 불안한 중동지역의 안전한 피난처일 뿐 아니라 인도·중국 등 신흥강국의 부상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전방위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터키에 대한 기대의 일단을 드러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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