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달라이 라마 19년간 12번 만나
1991년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티베트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이래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4명의 미국 대통령이 12번에 걸쳐 그를 만났다. 달라이 라마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극과 극 평가 이면에는 서로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은 달라이 라마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이며 고유의 종교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티베트인들의 노력을 지지하려는 인도적 입장에서 그를 만난다고 강조한다. 미국인들에게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들의 고통과 자치를 향한 노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중국은 ‘달라이 라마’는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활용하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카드’로 본다. 티베트와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외국 국가원수들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 국가 정상처럼 대우하는 것을 중국의 주권과 티베트 지배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국경지대 불안과 분리주의에 극도로 민감한 중국은, 1959년 티베트인들의 반중 봉기 실패 이후 달라이 라마를 체제를 전복하려는 ‘분리주의자’로 보고 있다.
중국의 반응이 특히 극도로 민감해진 것은 2008년 3월 티베트 유혈시위 이후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 뒤 유럽연합-중국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도 했다. 베이징대 역사학과의 가오이 교수는 “중국 정부는 강한 분노나 항의를 표하지 않으면 더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것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해당국에 가능한 한 큰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 문제는 미-중 갈등에 있어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 ‘본편’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에 대해 “오히려 향후 미-중 관계의 무게중심은 정치적 문제보다 위안화 절상 여부가 될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또 한 번의 시험은 오는 4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느냐 여부”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워싱턴/박민희 권태호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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