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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말 달리던 땅에 묶이는 칭기스칸의 후예들

등록 2005-06-12 17:06수정 2005-06-12 17:06

  몽골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해 토지사유화 정책을 추진하자 초원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가축을 기르던 유목민들의 반발하고 있다.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몽골 정부가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해 토지사유화 정책을 추진하자 초원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가축을 기르던 유목민들의 반발하고 있다.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달리는 유목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몽골 토지사유화 추진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개인 땅’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가축떼를 몰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몽골 유목민들은 한번도 ‘혼자만의 땅’을 가진 적이 없다. 땅은 부족이나 공동체에 속해 있었고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계절별 이동로를 따라 가축들을 먹이며 이동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를 빠르게 자본주의로 변화시키고 있는 몽골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대적인 ‘토지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몽골 경제가 낙후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인 토지제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가축 늘어 사막화”
경제 낙후 원인 유목 지목
공유지 30% 광업기업에 임대

정부기관인 환경농촌개발위원회의 컨설턴트 미아그마라수렌 데친쿤데브는 “시골에서 토지 사유화 정책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토지 사유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정부는 도시 주민들은 1인당 3000㎡, 시골에서는 7500㎡씩 토지를 나눠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250만명 중 100만명 이상이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땅을 받기를 꺼리고 있으며, 땅을 받았다가 후회하는 이들도 많다. 바얀주르 토우초 지역에서 아내와 함께 땅을 받았던 다바수렌(50)은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땅을 갖고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목 생활을 하다가 농사를 배우려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1년 넘게 살고 있기는 하지만,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집’에 사는 데 익숙해지지 않아 땅 한 가운데에 천막식 이동주택인 게르를 쳐놓고 살고 있다.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나란게렐(51)은 “토지 사유화가 되면 우리 동물들이 어디서 풀을 뜯겠느냐”고 되물었다. 유목민들은 한곳에서 몇주일 동안 머물다가 양과 염소 등이 풀을 다 뜯으면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계속 다른 곳으로 옮겨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토지 사유 개념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옛 공산당인 몽골인민혁명당이나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여전히 토지 사유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유목은 후진적이며, 몽골 이곳저곳에 흩어져 돌아다니는 몽골인들을 도시로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몽골 담당자인 도르즈남짐 라자프는 “이미 30%의 공유지가 몽골에 많은 투자를 해온 광업기업들에 임대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광업 채굴 허가지역이 목초지를 침해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유목민들은 토지 사유화의 진짜 목적이 땅에서 그들을 쫓아내고 광업기업들이 탐사·채굴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480달러인 몽골에서 경제는 석유와 석탄, 구리, 몰리브덴과 텅스텐, 인산염 등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편, 토지 사유화 지지자들은 유목민들이 기르는 가축 때문에 몽골이 사막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옛 소련 시절의 가축 수 제한 규정이 사라지고 난 뒤 몽골의 가축 수는 2500만마리에서 3500만마리로 늘었다. 엘베그도르지 총리는 최근에도 “가축들이 과도하게 풀을 뜯어먹으면서 매년 20~30㎞씩 사막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북아의 봄 하늘을 뒤덮는 황사가 매년 심해지고 있지만, 목초지를 광업기업들에 내주는 것 역시 사막화를 막아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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