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
중·키르기스 등 4곳서 논쟁
기록엔 “쑤이예청서 출생”
기록엔 “쑤이예청서 출생”
"침대 앞 달빛이 밝으니, 서리가 내린 듯하구나. 머리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중국 당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시선(詩仙) 이백(이태백)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쓴 시 <정야사>(靜夜思), 중국인이라며 누구나 암송하는 이 시에 등장하는 이백의 고향을 둘러싸고 중국과 키르기스스탄의 도시 4곳이 서로 치열한 ‘원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중국경제주간>이 13일 보도했다. 쓰촨성 장요우, 후베이성 안루, 간쑤성 톈수이, 키르기스스탄의 토크마크가 서로 이백의 고향임을 주장하며 격전을 벌이고 있다. 안루시 정부가 지난해 8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이백의 고향 안루가 당신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홍보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낸 게 도화선이 됐다. 곧바로 장요우시 정부가 방송국과 안루시 정부에 항의 편지를 보내 장요우야 말로 이백의 유일한 고향이며, 해당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중국 공상국은 안루가 장요우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나, 장요우시는 이 결정에 승복할 수 없으며 법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0월29일 주중국 키르기스스탄 대사관 관계자가 안루를 방문해 이백의 고향은 키르기스스탄 토크마크이며, 두 도시가 이백의 문화 유산을 함께 홍보하고 경제적으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올해 3월에는 간쑤성 출신 학자 레이다가 이백의 고양은 간쑤성 톈수이시에 있다고 주장했고, 현지 주민들의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역사 기록은 이백이 당의 서역 영토였던 안서도호부 수이예청에서 태어나 4살 때 현재의 쓰촨 장여우로 와 자랐으며, 20대에 천하를 주유하며 안루 등에도 머무른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장여우와 안루는 ‘이백’을 내세워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장여우는 오래 전부터 ‘이백의 고향, 시의 도시’로 홍보하며 이백의 옛집, 이백 기념관 등 이백과 관련된 여행 패키지를 개발해 왔고, 2003년에 ‘이백 고향’으로 상표 등록도 마쳤다. 이백과 관련된 항목에 7억위안 이상을 투자하며 공을 들여 왔다. 이백의 시에서 “안루에 은거해 술을 마시며 10년을 보냈다”는 구절로 등장하는 안루 역시 2002년부터 당시공원, 시비의 숲 등 이백과 관련한 관광산업에 8000만위안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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