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내내 ‘과감 행보’
나흘간 1200㎞ 강행군, 뇌졸중 후유증 우려 눅여
오바마 때처럼 극진대접, 중국 변함없는 우호 강조
나흘간 1200㎞ 강행군, 뇌졸중 후유증 우려 눅여
오바마 때처럼 극진대접, 중국 변함없는 우호 강조
4년4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중국 안에서만 총 12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평양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단둥까지의 이동 거리를 포함하면 1400㎞ 이상을 이동한 셈이다.
■ ‘건재’ 과시 행보 뇌졸중으로 활동이 어렵다는 그간의 추측을 무색하게 하는 과감한 행보가 방문 내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 편으로 3일 새벽 5시20분(현지시간) 북중 국경도시 단둥역에 도착한 뒤 잠깐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동북 3성의 대표적 항구도시인 다롄으로 향했다. 첫 방문지인 다롄에선 시내 중심가 푸리화 호텔에 머물면서, 하루 3차례 외출을 하고 밤바다를 구경하기도 했다. 호텔에 머물던 일부 숙박객들은 “김 위원장이 부축을 받지 않고 활동했고, 언론에서 봤던 것보다 건강해 보였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5일에는 오전에 톈진의 빈하이 신구를 시찰한 뒤 승용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곧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4시간30분 동안의 정상회담과 만찬 일정을 이어갔다.
■ 경제 고민 드러난 시찰 김 위원장이 다롄과 톈진, 베이징에서 보여준 행보는 북한 경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경제발전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이틀간 다롄에 머물면서 라진항 개발의 모델로 거론되는 제3부두를 비롯한 다롄 항만과 경제기술개발구, 농촌마을을 시찰했다. 방중 사흘째인 5일에는 톈진 빈하이 신구의 보세구역과 항만,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또 6일에는 베이징 외곽의 생명과학연구원을 둘러보며 농업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다롄과 톈진에서 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인 곳은 모두 외자유치가 활발한 국제항구로 북한이 개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나진항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또 베이징에서 둘러본 생명과학연구원은 낙후된 북한 농업을 회복시킬 방안을 찾으려는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중국 극진한 대접 5일 김 위원장이 전례없이 승용차 편으로 베이징에 들어오는 동안 베이징 중심가 창안제의 4차선이 모두 통제됐다. 중국은 주요 국가원수들의 방문 때마다 창안제 일부를 통제하지만, 4차선을 모두 통제한 것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 당시 등 손으로 꼽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동안 북중 우호를 강조하려는 듯 융숭한 대접을 했다. 다롄에서는 리커창 부총리가 직접 김 위원장을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5일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과 만찬도 4시간30분 넘게 진행됐다. 이날 공연단의 규모와 시간 등을 볼 때 중국의 주요 지도부가 대거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모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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