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동물 보호 위해 불편함 기꺼이 감수
2010년 밴쿠버 겨울철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대머리독수리 한 쌍의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중지됐다. 세계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발상지인 밴쿠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밴쿠버와 휘슬러를 연결하는 99번 고속도로는 ‘바다에서 하늘로’란 이름이 붙을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올림픽에 대비해 모두 4천만 캐나다달러(약 322억원)를 들여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둥지환경 보호조’라는 환경운동단체가 공사구간에 독수리 한 쌍의 둥지(사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6일 발파작업도 취소됐다. 둥지에서 1㎞ 이내의 구간에 대한 공사도 이달 말까지 전면 중지됐다. 독수리 알이 발견될 경우에는 부화할 7월 말까지 공사 중지가 연장될 예정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독수리의 둥지는 알을 낳고 부화하는 기간인 2월부터 8월 중순까지 특별 보호를 받게 되어 있다.
알래스카의 3만5천여 마리를 포함해 북미 대륙에 약 5만5천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머리독수리는 멸종위기 동물로 보호를 받고 있다. 긴급 둥지보호팀을 파견해 도로변 독수리 둥지의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환경단체는 “발파로 인해 독수리들이 알을 버리고 떠날 위험이 있다”며 “도로 확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그 필요성 때문에 야생동물이 위험에 처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중지 구간에 위치한 마을 주민들은 공사 중단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대체로 수용하는 편이다. 주민 제인 콜드웰(60·여)은 “독수리 알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중지가 결정된 것이 조금 불만스럽다”면서도 “이웃들도 야생동물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자연보호의 실천을 통해 쾌적한 삶을 누리는 캐나다인들은 이렇게 보호된 자연을 이용해 지난해 54억 캐나다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캐나다인들은 자연보호가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다.
밴쿠버/양우영 통신원 junecore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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