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품위·화려한 패션…
영국인들이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라고 자부하는 ‘로열 에스코트’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5일동안 요크에서 열리고 있다. 앤 여왕이 1711년 윈저성 근처 에스코트 지방에서 연 경마대회에서 유래한 이 대회는 에스코트 경마장이 20개월간 1조85백만 파운드를 들여 대대적인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올해 요크로 장소를 옮겨 열리게 된 것이다.
로열 에스코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말과 기수들의 경연장으로 유명하지만, 300년 전통에서 보듯 그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특히, 19세기 초까지 일반인은 관람조차 할 수 없었던 왕실 경마대회였던 만큼 격조와 품위는 세계 어느 경마대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승점 앞 가장 좋은 전망을 가진 좌석 구역인 ‘로열 엔클로저’라 불리는 곳은 왕실 가족과 왕실 초대손님만을 위해서 마련된다.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 허가된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고, 입장 자격 신청조차 적어도 지난 4년 동안 입장 자격을 가졌던 사람의 추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관람객들의 화려한 패션 또한 로열 에스코트 전통의 상징이며, 경마대회 못지 않은 볼거리다. 이 역시 로열 엔클로저와 관련된 엄격한 복장 규정에서 비롯됐다. 남성은 검은색 또는 회색 양복과 조끼에 모자를 모두 갖춰 입어야 하며, 여성의 경우도 정장에 모자까지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일반 관람객 입장이 가능한 다른 구역에서도 이런 복장이 권장되며, 경마장내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저마다 화려한 패션을 뽐내는 모습은 또 하나의 재미다.
로열 에스코트의 경기는 모두 3백만파운드(약 60억원)의 상금을 놓고, 참가자들이 16개 그룹으로 나뉘어 30개의 경기를 치른다. 각 경기는 코스의 형태와 길이, 말의 무게와 참가자 수에 따라 갈리며, 각기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대회는 셋째날에 가장 긴 코스를 달리는 골든컵 시합으로, 우승자에게는 여왕이 직접 트로피를 수여한다. 매일 경기는 여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의 행렬이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매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관람객들이 모두 일어나 ‘희망과 영광의 땅’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
에스코트의 재개발 덕에 이 세계적 행사를 주최하게 된 작은 관광도시 요크는 한 달 전부터 대회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시내 옷가게에서는 옷 대여 안내문이 나붙었고, 식당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대회 기간 내내 요크 시내는 화려한 패션의 신사 숙녀들로 장식되었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샌드위치 가게 주인인 크리스는 “일년 중 가장 장사가 안 되는 날”이라고 푸념했고, 술집을 운영하는 산드라는 지역 펍 매상이 10% 가량 줄었다고 <비비스요크라디오> 방송에서 불평을 털어놓기도 했다.글·사진 요크/김보영 통신원 saek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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