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개의 큰 폭탄에 수많은 작은 폭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흔히 ‘모자탄’이라고도 불린다(위·<한겨레> 자료사진) 1970년대 이래 수천만개의 집속탄의 불발탄이 남아 있는 라오스에선 아직도 민간인들의 피해가 계속된다. 재활센터에서 치료중인 피해자들의 모습. (아래·국제적십자위원회 제공)
새달부터…미·중·러 등 가입안해 실효성 의문
지금까지 1만3천여명 사상…아동피해 많아
지금까지 1만3천여명 사상…아동피해 많아
라오스 남부 작은 마을 참파삭에서 올해 2월 어린이 5명이 집속탄을 갖고 놀다 숨진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어린이들이 소에게 풀을 먹이다가 미군이 1960~70년대 투하했던 집속탄 중 한 종류인 ‘비엘유(BLU)-3’를 발견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들은 생김새 때문에 ‘파인애플탄’이라고도 불리는 이 집속탄을 장난감으로 여겨 갖고 놀다가, 아이들 중 5명이 즉사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비극적 사건이지만 라오스에선 자주 있는 일이다. 집속탄 사용 금지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인 ‘집속탄연맹’(CMC)의 찬나파 캄봉사는 “라오스에서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일뿐”이라고 말했다.
반인도주의적 무기로 비난받고 있는 집속탄의 사용과 보유를 금지하는 협약이 오는 8월 1일 발효된다. 집속탄금지 협약은 2008년 초안 채택을 시작으로 현재 107개국이 서명했고,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37개국은 비준 절차까지 마쳤다. 협약 가입 국가는 집속탄 생산을 중단해야 할 뿐 아니라 보유 집속탄도 원칙적으로 8년내에 없애야 한다. 역사적인 발효라는 평가를 받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집속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한국, 북한 등이 협약을 외면하고 있다.
최대 피해국인 라오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집속탄이 민간인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는지 알 수 있다. 미군은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에 북베트남군이 라오스를 경유해 군수물자를 남베트남으로 운반하자, 라오스에 비밀리에 엄청난 공습을 가했다. 흔히 ‘비밀 전쟁’으로 불리는 이 공습작전에서 미군이 투하한 집속탄 자탄은 2억7000만개에 이른다. 집속탄은 불발률이 많게는 40%에 달하기 때문에, 피해는 미군이 애초 노린 전투 요원이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라오스 민간인들이 주로 입었다. 전쟁이 끝난 지 약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해마다 300명가량이 집속탄에 희생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기간에 집속탄이 집중적으로 사용돼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코소보에선 지난 1999년 11주 동안 투하된 집속탄 자탄 숫자가 23만~29만개로 추정된다. 더구나 코소보 민간인 집속탄 피해자의 62.5%는 18살 이하 소년이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단 사흘 동안 집속탄 자탄 400여만개를 투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장애인 단체인 핸디캡인터내셔널은 2007년 조사에서 집속탄 피해를 입은 사상자가 확인된 것만 최소 21개국 1만3306명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집속탄이 군사적 효용성은 떨어지면서도 민간인 피해만 높인다며, 금지 협약 미가입 국가에 가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적십자위원회 피터 허비는 29일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이 2006년 집속탄을 엄청나게 사용했지만 파괴한 군사시설은 15곳뿐”이라며 “집속탄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집속탄연맹의 존 내쉬는 “피해 지역에 있는 집속탄 대부분이 미국제”라며 협약 서명을 꺼리는 미국을 비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집속탄 영향 받는 국가 및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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