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정도 평화를 찾은 것 같지만, 군부의 불법적인 인권침해는 여전하다. 특히 쓰나미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마저 완전히 망가져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과 같은 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참여연대와 한국동남아연구소의 초청으로 지난 17일 방한한 인도네시아 인권단체 ‘임파르샬’의 퐁키 인다르티(35) 부소장은 “아체에서는 아직도 크고 작은 군사작전과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은 인권침해와 경제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지와 연계된 원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마을단위 현장을 실사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논의해 자금과 물품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별다른 체크 과정이 없어 정부에 구호 자금과 물품을 전달할 경우엔 이 물자들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주둔군이 구호 물품을 나른다는 이유로 구호자금으로 트럭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의 이권 개입을 인권 침해의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군부가 이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 정당한 요구를 하는 현지 주민들을 탄압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 벌목과 마약, 무기거래가 군부가 손대는 3대 이권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며 “현지에서는 ‘엠원(M1) 소총 들고 아체를 찾은 군인들이 아체를 떠날 때는 원엠(1M=원밀리야르 루삐아=10억 루삐아)를 들고 나간다’는 농담이 유행이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권침해 이면에 있는 ‘군부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애써 외면한다”며 “모든 사태의 원인을 무리하게 독립을 요구하는 일부에게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인권침해 감시 활동 가운데 가장 어려웠을 때로 그는 ‘임파르샬’의 소장이자 민주화 운동 동료였던 무니르가 독살됐을 때를 꼽았다. 무니르는 지난해 9월 네덜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정체모를 음식을 먹고 숨졌다. 퐁키 인다르티는 “동티모르와 아체의 군부 인권 유린을 고발해온 인도네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가였던 무니르가 죽자 모두가 군부와 정보기관이 끝내 눈엣가시를 제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장 명망있는 운동가마저 반공개적으로 살해될 정도이니 일반적인 활동가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8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이와 같은 아체 지역의 실태와 인도네시아의 민주화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19~20일에는 광주를 찾아 518재단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를 만나 무니르의 일생을 다룬 책과 잡지를 한국에서 출판해 아시아 각국으로 배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1992년부터 노동전문 변호사로 일하다 2002년부터 폭력 피해자 구조단체인 ‘콘트라스’와 군부폭력 감시단체인 ‘임파르샬’에서 활동중인 인권 변호사인 그는 21일 한국을 떠난다.
“한국이 첫 방문이지만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점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이고,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은 우리들도 지난해에 도입했다. 최근에는 과거 청산 논의가 한참이라는데 많은 배움을 얻고 싶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