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상임위서 ‘중 제품에 상계관세 부과법안’ 표결
원자바오 중 총리 “미 요구 수용땐 수출기업 도산”
원자바오 중 총리 “미 요구 수용땐 수출기업 도산”
미국 의회가 중국 환율정책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에 대해 표결하는 ‘행동’에 나선다. 그동안 ‘말’의 대결에 머물렀던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발의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24일(현지시각) 실시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법안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하고, 중국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등을 상무부가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하원 세입위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주 중 하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미 정부가 곧바로 중국에 보복관세를 물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돌발상황이 일어날 경우 미 정부가 언제든 맞대응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양국은 철강과 타이어에 서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등 환율정책과 직접 맞닿은 조처는 자제해왔다. 미국 재무부는 1988~1994년 5번에 걸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이후에는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이 한차례도 없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0일 타운홀 미팅에서 “위안화 가치가 시장 평가보다 낮게 반영돼 있다”며 “중국은 이론상으론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적으론 절상을 위한 조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압박 때문인지 위안화 환율은 이달 들어 지난 8일 미국 백악관 대표단의 중국 방문, 16일 위안화 환율 관련 미 상원 청문회 등이 진행되면서 연일 떨어져(위안화 가치 상승) 사상 최저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전세계의 투자자, 애널리스트, 딜러 등 금융 관계자 14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6~17일 조사한 ‘블룸버그 글로벌 폴’을 보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70%가 ‘몇 % 안팎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위안화 환율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원 총리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양국의 경제관계 증진을 강조해 미-중 관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원 총리는 22일 뉴욕 미-중 상업위원회 연설에서 “미국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20~40% 올리면 얼마나 많은 중국 수출기업들이 도산할지 알 수 없다”며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할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원 총리는 그러나 “중국은 더 강한 미국을 원하고, 미-중 경제관계가 증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미·중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중 군사교류 재개에 대해서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문을 공식 초청하는 등 그동안 위안화 문제 외에도 서해 해상훈련 등으로 악화된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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