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반체제인사 수상의미
‘중국 인권문제’ 국제사회 전면으로 부각 효과
WP “1989년 달라이라마 수상보다 큰 영향”
‘중국 인권문제’ 국제사회 전면으로 부각 효과
WP “1989년 달라이라마 수상보다 큰 영향”
올해 노벨평화상이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54)에게 돌아가면서 전세계 양대 강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전면으로 대두되게 됐다.
서구 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것은 의미심장하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유혈진압되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중국에 쏟아지던 그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 이상으로, 올해 결정은 중국의 ‘오늘’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를 담고 있다. 8일 선정 소식에 즉각 반발한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강도 등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류샤오보가 20여년 민주화 투쟁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던 1989년 천안문 유혈진압은 중국 정부에 찍힌 인권탄압의 낙인이자 아킬레스건이다. 또한 류샤오보가 ‘08헌장’에서 요구한 일당독재 폐지와 자유선거, 인권 개선 등은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금기사항’이다. 달라이 라마의 수상 때와 지금의 중국의 위상은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12월 류샤오보의 재판이 열린 베이징시 법원 밖에는 미국·영국 등 15개국의 외교관들이 몰려들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류샤오보의 고난은 이미 국제적 외교 사안이 됐다. 이번 수상은 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더욱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상이 발표된 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때로는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류샤오보의 수상은 정치적, 법적 개혁을 해야 한다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커지는 목소리를 국제사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성명을 냈다.
류샤오보의 이번 수상을, 서구사회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건드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막강한 외환보유고 등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전례 없는 초강경책으로 일본의 사실상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강요한다는 불안감과 중국 위협론이 고조되면서 이번 평화상 수상자 선정에 서방세계의 중국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이번 수상은 중국이 국내 반대세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 경제적 부상에 이은 힘의 외교에 대한 우려가 퍼져가는 가운데 중국 정부에 명백히 비난을 가한 것”이라며 “억압받고 있는 중국의 개혁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류샤오보의 수상이 중국인들에게 공명을 일으킬 것이며, 1989년 달라이 라마의 수상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천안문 유혈진압 직후인 1990년대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했으나, 최근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는 경제,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중국과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진 구도에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이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이본영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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