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겉으론 “동반자”…G20때 또 양자 정상회담
속은 압박·갈등…힐러리 “미래도 아시아 주도”
중 민감 반응…아세안회원국에 경제협력 공세
속은 압박·갈등…힐러리 “미래도 아시아 주도”
중 민감 반응…아세안회원국에 경제협력 공세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11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양자 정상회담을 한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7번째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이처럼 짧은 기간에 중국 정상과 잦은 회담을 한 적은 없다”며 “이번 회담이 그동안 쌓아온 (미-중)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의제인 환율, 무역 불균형, 기후변화 협약, 희토류 문제 등은 모두 미-중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항목들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강력한 역할을 강조해 시선을 끌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가진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연설에서 “미국이 미래에도 아시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선언하면서 “아시아 전역에 걸쳐 전방위 외교를 펼치겠다”고 다짐해 강력한 대아시아 관여 정책을 펼 것을 예고했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 강화는 중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미-중 관계는 (한쪽이 이기면 한쪽이 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글로벌 경제, 북한·이란 핵문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국 내에서 미국의 비즈니스, 상품, 지적재산권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마련하도록 책임 있는 정책 조정을 희망한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잊지 않았다.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 분쟁을 중심으로 미-중 갈등이 재연되는 움직임이다. 클린턴 장관은 ‘아세안+3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12일 동안이나 아시아 순방에 나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선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임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공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관영 <환구시보>는 29일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겨냥한 동맹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우신보 푸단대학 교수는 “미국의 전략중심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미국이 동아시아정상회담에 개입하면서 이를 빌어 미국의 가치관을 주입하고 중국을 견제하고 아세안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경제협력 카드를 이용해 지지를 얻어내려 애쓰고 있다. 28일에는 갈등관계인 베트남에 핫라인 설치를 제안하는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이런 와중에도 서울에서의 미-중 정상회담과 내년 1월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 등을 통해 양국의 긴장고조를 방지하며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