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또 폭발 “주검 수습 준비”
‘칠레의 기적’이 다시 뉴질랜드에서 일어나리란 희망은 끝내 사라졌다.
광부 29명이 매몰된 뉴질랜드 최대 광산 파이크리버 탄광에서 24일 두번째 폭발음이 울렸다. 매몰 사고를 일으킨 19일 첫번째 폭발과 비슷한 규모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 사고로 매몰 광부들이 모두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즈먼 지방경찰청의 게리 놀스 청장은 “첫 폭발 뒤에 설사 생존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두번째 폭발 뒤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주검 수습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기자회견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이를 ‘국가적 비극’이라며 “오늘 아침까지 희망을 붙들고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비통함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고 침통해했다. 뉴질랜드엔 조기가 게양되고 숨진 광부들을 애도하기 위해 의회 일정을 멈출 예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뉴스를 접한 유족들은 실신하거나 흐느껴 울었다. 매몰 광부 29명은 17살부터 62살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겨우 17살인 한 광부는 출근 첫날 매몰 사고를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유족들은 칠레 광부 33명이 매몰된 채로 두달여를 버티다가 극적으로 구출됐던 것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두번째 폭발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매몰 사고 이후 구조작업을 벌이기 위해 애썼으나, 메탄가스 같은 유독가스가 계속 새어나오면서 구조대원을 갱도 안으로 들여보내지도 못했다. 대신, 원격조종 로봇을 갱도 안으로 들여보내 수색작업을 벌여왔다. 로봇은 수색작업 중 빛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던 광부용 헬멧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이 헬멧은 첫 폭발 때 어렵사리 탈출한 생존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뉴질랜드 당국은 밝혔다. 뉴질랜드 광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이번 사고는 1914년 43명이 숨진 광산 사고 이래 최악의 광산 사고로 기록될 것 같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