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등 1000여명 체포되고 일부 선거구 투표보류
30년 통치 무바라크 재집권 포석…독립언론 폐쇄도
* 무슬림 형제단 : 이슬람주의 단체·야권
30년 통치 무바라크 재집권 포석…독립언론 폐쇄도
* 무슬림 형제단 : 이슬람주의 단체·야권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30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에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대대적 야권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28일 치러질 이집트 총선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또다시 나설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압과 단속의 핵심 표적은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이다. 최근 선거운동 기간 동안 무슬림형제단 단원과 지지자 1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집트 법원은 최근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전체 11개 선거구 중 10개 선거구의 투표를 보류시켰다. 이집트 정부가 무슬림형제단 소속 출마자들 상당수에게 자격 박탈 조처를 한 탓에 선거의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민주당(NDP)은 법원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다.
과거 이집트에서는 법원이 총선을 감독할 수 있어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불가능하다. 무바라크 정부가 2007년 헌법을 개정해 총선 감독 권한을 사법부에서 행정부 기관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독립적 방송국을 폐쇄하고, 비판적 언론인을 해직시키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1954년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불법단체가 됐지만, 후보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켜 2005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민주당이 승리는 지켜냈지만, 이집트 역사상 첫 강력한 야권의 등장은 무바라크 정권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집트 정부는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의 투표를 막으려고 투표소 주변을 봉쇄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 14살 소년을 비롯해 최소 8명이 숨지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무슬림형제단은 2005년 총선 이후 상당히 약화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전체 선거구 30%가량에서 후보를 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무슬림형제단의 압델 살람 바샨디는 <가디언>에 “정권이 허용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슬림형제단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이번 선거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가 거의 확실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1년부터 권좌를 지키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올해 82살로 내년 대선에 당선되더라도 다음 6년 임기를 다 채우리란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무바라크가 임기 중 차남인 가말에게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가말은 현재 국민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 빈곤 추방을 강조하는 등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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