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비리 실태 폭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부패하지 않은 관리가 오히려 예외적이다. 관리들 사이에 뇌물과 갈취, 횡령이 일반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 수백건에 나타난 아프간의 모습을 2일 이렇게 묘사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올해 1월 아프간 새 내각 구성에 대한 외교 전문에서 “각료 중 농업장관이 뇌물수수 의혹이 없는 유일한 경우”라고 했다. 익명의 아프간 관리는 미 외교관들에게 자신의 동료들이 미국이 지원하는 개발 사업에서 “4단계”로 돈을 챙긴다고 말했다. “계약 청약, 건설 허가 신청, 건설 중, (건설 뒤) 리본을 자를 때” 등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부통령이었던 아흐메드 지아 마수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로 5200만달러를 불법반출하려다가 세관에 적발됐지만 기소되지 않았다고 미 외교 전문은 적었다. 마수드 전 부통령은 아프간 밖으로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월급이 수백달러 수준 밖에 되지않으면서 두바이 해안의 고급 주택가에 집을 갖고 있으며,집 앞에는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고 전문은 적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각국 관리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으로 미 외교 전문은 적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외교관들은 “차라리 카르자이가 없는 편이 낫다”고 말했고, 영국 외교관들은 “영국인들은 그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관리들은 “카르자이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프 더호프 스헤퍼르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카르자이를 “정신분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카르자이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2007년 당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아이켄베리는“카르자이가 부패한 관리들을 교체하고 있으며, 아프간 재건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대사로 아프간으로 돌아온 뒤 아이켄베리는 “카르자이는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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