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들 촉각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이 실시된 20일 주변국들은 시시각각 전해지는 훈련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미국은 북한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필립 크라울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한국의 훈련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을 지녔다”며 “북한은 미리 한국의 입장을 통보받았으며, 호전적 반응을 나타낼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갈등이나 전쟁을 부추기거나 키울 권리가 없으며, 누구도 남북한 사람들 사이의 동족상잔을 야기할 어떤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추이 부부장은 한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비난은 하지 않았고, 북한의 대응에 대한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왕민 유엔 주재 중국 부대표는 “한반도의 유혈충돌이 동족상잔의 민족적 비극을 일으키게 되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를 깨 주변국가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의 후정웨 부장조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을 방문한 김재신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을 만나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주도한 러시아 쪽은 거듭 남북한의 자제를 요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한국군 사격훈련 뒤 “상황이 매우 긴장된 상태”라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안보리가 성명 채택에 실패했지만, 이번 논의는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어떤 도발적 행위도 피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 긴급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현시점에서는 훈련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 등 각료들을 소집해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를 둘러싼 대책을 논의했다. 간 총리는 회의에서 유엔 안보리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각료들에게 “한국군 사격훈련과 관련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고, 국민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센고쿠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자체 판단으로 통상 훈련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한국의 훈련을 공식적으로 옹호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까지도 한국의 사격훈련 재개와 관련해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센고쿠 장관은 이어 “일본 정부는 북한이 한국의 사격훈련을 이유나 구실로 삼아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도쿄/박민희 정남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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