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부소장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 자체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한반도와 세계를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20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치 문화가 판이한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며 “너무 큰 기대도, 지나친 비관도 해선 안된다. 그동안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는 원래 단번에 되는 것도, 확실한 것도 없다”며 “다만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뜻이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해 “두 나라 관계가 과거 미국-소련처럼 되지 않도록, 그리고 양국의 내셔널리즘이 고조되지 않도록, 계속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두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인권 문제를 강하게 거론한 것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초청국의 정상을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게 외교적 관례에도 맞지 않다”며 “오바마 대통령 개인적인 판단도 있겠지만, 미 국내 정치적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좀더 긴 안목으로 중국을 바라보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반도 문제에 대해 “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 이전과 달리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최소한도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중국도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지만, 북한을 핵 문제보다는 전략적 관계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북한에 대해 (핵 포기와 관련된) 큰 압력을 넣으리라고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과 상관없이 한반도 문제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차피 ‘전쟁’, 아니면 ‘대화’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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