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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인도-파키스탄, 수출금지 맞불 ‘토마토·양파 전쟁’

등록 2011-01-23 20:38수정 2011-01-24 10:35

전세계 주요 식료품 가격
전세계 주요 식료품 가격
식료품값 폭등 ‘식량위기 공포’로
곡물값, 이상기후·고유가·투기 겹쳐 3년전보다 급등

방글라데시 쌀값 40%↑…알제리선 설탕값 항의시위

독·프 등 7개국 장관 “공동대책 없으면 식량폭동 우려”

이달 6일 파키스탄은 카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인 양파의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해 파키스탄 전체 국토의 4분의 1가량을 한때 물에 잠기게 했던 홍수 여파로 양파 가격이 한달 만에 갑절이 오르자 취한 극약처방이었다. 그러자 카레가 주식인 이웃나라 인도가 발끈했다. 토마토 수출 금지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른바 ‘토마토-양파 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갈등은 전세계 식량 폭등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글로브앤메일>은 “양파값 폭등이 마오주의 반군의 테러 같은 그 어떤 사안보다 더 인도를 흔들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인도에선 지난 늦가을 이른바 ‘양파 벨트’라 불리는 마하라슈트라주에 때아닌 호우로 균이 퍼졌는데, 정부가 이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 됐다. 양파값이 이달 초 지난해 가을 대비 최대 4배까지 치솟고 항의시위가 잇따르자 다급해진 인도가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을 결정했지만, 이번엔 파키스탄이 양파를 싣고 오던 트럭을 갑자기 멈추면서 양국 갈등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양파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 외무장관 디푸 모니는 지난달 캄보디아를 방문해 쌀농사를 지을 땅을 최대 99년까지 임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최근 6개월 사이 쌀값이 40%까지 올라 비상이 걸렸기 때문. 방글라데시 외무장관은 캄보디아에 쌀 20만t을 긴급히 수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프놈펜 포스트>는 전했다.

멕시코는 인구 대부분이 먹는 토르티야값 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채소나 고기를 싸서 먹는 토르티야는 주로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데, 멕시코에선 2007년 가격이 20% 이상 오르며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토르티야 폭동’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시민들은 “옥수수가 없다면 나라도 없다”고 외쳤다. 멕시코 정부는 토르티야 가격이 올해 50% 오를 수 있다고 보고 국제선물시장에서 지난달 옥수수를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전했다. 남미 볼리비아에서는 유가 보조금을 삭감하자 빵과 설탕 값이 급등하기 시작해, 당황한 정부가 보조금 삭감 조처를 취소했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정부는 이달 설탕과 식용유에 부과했던 관세 등을 철폐해 세금을 41%까지 내렸다. 최고 30%까지 오른 설탕과 식용유 가격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최소 5명이 숨지고 800명 이상이 다치고, 1000여명이 투옥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수도 알제에서는 22일에도 시위대 수백명이 행진을 벌였다. 튀니지에서는 독재정권에 대한 염증이 식료품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아예 정권 자체가 무너졌다.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식료품 가격 급등은 2008년의 전세계 식량위기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지난 5일 2010년 12월 기준 식료품가격지수가 214.7로 전세계 식량위기가 한창일 때인 2008년 6월의 213.5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세계 식료품 가격 급등 원인은 일차적으로 기후가 급변해 농사를 망치는 지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옥수수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의 가뭄은 멕시코 토르티야 가격 인상을 불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중순 가뭄 피해 이후 지속적으로 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식료품 수요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의 콩 수요는 15년 전에 비해 5배가량 늘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는 국제 원유가격 상승세도 식료품 가격 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투기꾼들의 투기행위도 불안요인이다. 알제리의 설탕·식용유 관세 철폐와 멕시코 정부의 옥수수 선물 매입 등은 투기꾼들의 기대심리를 높여 국제곡물 선물시장에서 해당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모로코, 케냐, 캐나다 7개국 농업장관은 22일 베를린에서 모여 식량 가격 폭등에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의견을 모았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농업장관은 “우리가 필요한 조처를 함께 취하지 않으면 올해도 내년에도 (식량 폭동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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