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 아랍 민주화 물결 속 ‘흔들’
무아마르 카다피(69) 국가원수의 42년 집권체제가 상대적으로 흔들림 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리비아는 튀니지·이집트와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비아 제2도시인 벵가지에서 15일과 16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4명이 다쳤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시위대는 “민중들은 부패가 끝나기를 바란다” “바그다디 알마흐무디 총리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시위대가 “알라 외에 신은 없다. 무아마르(카다피)는 알라의 적”이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전했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시위대 규모는 수백명에서 2000명으로 엇갈리고 있다. 리비아 언론은 시위 상황을 전하는 대신 수도 트리폴리 등에서 벌어진 친정부 시위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에 돌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 등으로 진압에 나섰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시위는 1996년 아부 살림 교도소에서 발생한 정부군의 학살 사건 때 희생된 재소자들의 유족들이 인권운동가이자 자신들의 변호사인 페티 타르벨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부 살림 교도소 사건은 이곳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가족 면회를 금지한 교정당국의 조처와 열악한 복역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정부군이 재소자 1000여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리비아 정부는 타르벨을 석방했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아부 살림 교도소에 수감된 이슬람 무장대원 110여명을 석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위대는 나아가 튀니지나 이집트 시위에서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참가자를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17일을 ‘분노의 날’로 명명하고 시위를 호소하는 페이스북 등에 수천명이 참여를 약속했다.
카다피 원수는 아랍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왔다. 이웃 튀니지에서 재스민혁명이 일어나 24년을 집권했던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가 쫓겨나자 “튀니지는 벤알리가 다스리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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