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대 엔시나 빌딩에서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한국학 프로그램 개설 10돌을 맞아 북한 문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권태호 특파원
미국내 한국학 확산
인문학 중심 탈피…스탠퍼드대 한국학10돌 토론도 ‘북한’ 주제
중국·일본학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한국기업 지원 아쉬워”
인문학 중심 탈피…스탠퍼드대 한국학10돌 토론도 ‘북한’ 주제
중국·일본학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한국기업 지원 아쉬워”
지난 24일 미국 스탠퍼드대 엔시나 빌딩에서는 아침 8시부터 한국과 미국의 학자, 정치인 등 20여명이 북한 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012’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세미나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한국학 프로그램 설치 10주년을 기념해 연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존 에버러드 전 주북한 영국대사, 김형오 전 국회의장,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주일본 미국대사,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 박수길 전 유엔대사, 윌리엄 뉴컴 전 미 국무부 고문,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명환·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정대철 전 의원 등을 비롯해 조너선 폴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임형배(고려대), 고유환(동국대), 박태호(서울대), 앤드루 나치어스(조지타운대) 등 북한 관련 학자 등이 한자리에 앉았다.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열리는 북한문제 세미나에 가까웠다.
한국학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학이라면, 조선시대 역사나 언어, 문화 등 인문학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문제, 한-미 관계, 한국 사회 등 분야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한국전쟁 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학은 동부의 ‘하버드-연경학사’와 하와이의 ‘동서센터’ 등이 시초다. 이후 미국의 한국학 태두인 제임스 팔레 교수의 워싱턴주립대, 한인들이 많은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남캘리포니아대(USC), 샌프란시스코의 버클리대, 스탠퍼드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존스홉킨스대, 펜실베이니아대, 컬럼비아대, 미시간대 등 모두 11개 대학이 한국학센터를 운영중이다. 한국학 교수직을 설치한 대학은 44곳, 한국학 강의는 200여개에 이른다.
1993년 한국학센터가 설립된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경우, 20년 전만 해도 동양언어문화학부에 단 1명의 한국학 교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한국학 교수 6명, 한국학 과목 55개 등으로 확장됐다. 또 10년 전만 해도 수강생의 90%가 한국계 학생이었으나 이젠 미국 학생들이 절반을 넘는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영화·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도 연관된다. 지난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100회 포럼에선 ‘한국영화에 나타난 성형수술과 성, 근대성’이란 주제의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학, 일본학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2009년 현재 미국 아시아학회 회원 6700명 중, 중국 연구자는 2784명(42%), 일본 연구자는 1788명(28%)인 반면, 한국 연구자는 400명(5%)에 불과하다.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45명 가운데 중국학과 일본학 교수는 각 12명, 한국학 교수는 3명이다.
한국학이 중국학과 일본학을 뛰어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더라도, 한국의 위상과 문화 수준에 견주면 아직 발전 여지가 많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몇몇 대학을 제외하곤 대부분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한국학 연구의 장애요인이다.
1991년 정부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세워 외국 대학의 한국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재단이 미국 대학의 한국학 연구에 지원한 돈은 모두 145만달러다. 그러나 일본처럼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은 찾기 힘들다. 대한항공, 동양그룹, 팬택 등이 스탠퍼드대, 남캘리포니아대의 한국학을 지원하는 정도다.
한재호 한국국제교류재단 로스앤젤레스 사무소장은 “미국에서 중국학은 ‘중국 커뮤니티’가, 일본학은 ‘기업’이, 한국학은 ‘정부’가 지원한다는 말이 있다”며 “정부 지원은 예산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어 한국학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선 기업들의 관심이 아쉽다”고 말했다. 재단은 올해부터 한국학이 개설되지 않은 대학의 학생들도 인근 한국학이 개설된 대학에서 수강할 수 있게 하는 한국학 수강 연계 시스템 구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미국 아시아학회 회원 분포 / 미국 대학 한국학
샌프란시스코/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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