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수만명 원전가동 시한연장 반대시위
‘추가건설 추진’ 미·중·유럽 등 여론악화 긴장
‘추가건설 추진’ 미·중·유럽 등 여론악화 긴장
일본 도호쿠(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탄소배출 감축 방안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던 세계 각국의 계획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13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모두 442기로, 전체 전기공급량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원전은 화력발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온실가스 감축량 달성을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매달려 현재 155기 이상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될 계획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각국 정부가 모든 원전 건설 계획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에서는 12일 수만명이 원전 인근의 슈투트가르트에 모여 원전가동 시한을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에 반대했다. 이들은 약 45㎞ 길이의 인간띠를 잇고 ‘핵발전은 사양한다’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흔들며 항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원전 안전상태 검사를 강화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중인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정부 등도 여론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원전 건설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대대적인 원전 건설을 추진중인 중국에서는 네티즌들이 ‘원전 확대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이에 장리쥔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은 “가동중인 13곳의 원전은 국제기준에 맞게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원전 확대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34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정책을 원자력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104기의 원자로를 가동중인 최대 원전국가이면서도 지난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드리마일 원전 방사선 누출 사고 이후 30년 가까이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나 원유가 인상, 온실가스 배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현재 21기의 원자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는 조지아주에 건설되는 원전에 80억달러 대출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은 민주당 진보파와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대를 불렀는데,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태로 반대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은 방사능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러시아는 “만일 일본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돼 핵구름이 극동 지역으로 몰려 올 경우, 항공기와 헬기를 이용해 특수시약을 뿌려 이를 지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해안 지방에서 방사성 물질 검측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거리상으로는 일본과 많이 떨어져 있지만, 현재 동풍이 불고 있어 초긴장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방사능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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