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예산 책정놓고 갈등
오랫동안 ‘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뉴욕 맨해튼이 ‘쥐 예산’을 놓고 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뉴욕시 맨해튼 자치구는 쥐 관련 예산으로 150만달러(16억2900만원)를 요청했으나, 예산삭감 압박에 시달리는 시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뉴욕, 그중에서도 특히 맨해튼은 쥐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오래된 뉴욕의 지하철 터널 틈새, 어디에나 널린 음식쓰레기 등은 쥐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시는 그동안 지하철 쓰레기통을 철거하고 최첨단 쥐덫을 설치하며 지하철에 쥐 감시요원을 배치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해왔으나, 여전히 뉴욕의 거리는 물론 지하철 객차 안에도 쥐들이 지나다닐 때가 많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뉴욕에서 강력범죄 발생률은 크게 줄었으나, ‘쥐와의 전쟁’에서는 온전히 이기지 못했다. 최근 뉴욕에서 벼룩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쥐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맨해튼 자치구 쪽은 “쥐들은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도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또 뉴욕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쥐”라고 말했다. 맨해튼은 ‘쥐 담당 공무원’들을 통해 쥐를 박멸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으나, 뉴욕시는 쥐가 많이 나오는 건물의 건물주에 벌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뉴욕시는 매년 해충 관련 보건위반을 이유로 건물 소유자들로부터 매년 600만달러의 벌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는 뉴욕시가 어차피 ‘쥐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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