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거도 반핵바람
주정부 이어 베를린 시장도 넘봐
일본서는 원전반대 후보가 승리
주정부 이어 베를린 시장도 넘봐
일본서는 원전반대 후보가 승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반핵 바람이 일면서 선거와 국제관계 등에도 상당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전 증설 반대를 내걸고 현의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자민당의 아성을 뚫었다. 가고시마현 선거관리위원회는 원전 반대를 외친 도시마 하루히코(56)가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현의원에 당선됐다고 11일 밝혔다. 도시마가 출마한 사쓰마센다이시에서는 원자로 2곳이 가동중인 센다이원전의 3호기 증설이 주요 쟁점이 됐다.
사민당 추천을 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도시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증설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며 ‘3호기 증설 중지’라고 써 붙인 차량을 타고 다녔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도 같은 주장을 내걸었으나 당시에는 이 선거구의 의석 3개를 모두 자민당이 가져갔다.
반핵 바람의 강도는 지난달 27일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집권세력인 기독교민주연합이 58년 동안 자신들의 아성이던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녹색당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기민련 정부는 2021년까지 원전 17곳을 모두 폐기하겠다는 전임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의 약속을 깨고 가동시한을 평균 12년 연장하기로 했다가 역풍을 만났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도 원전이 4곳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본 원전 사고 뒤 이런 방침의 시행을 보류하고 노후 원전 7곳의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반핵을 기치로 삼아온 녹색당은 최초로 주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오는 9월 베를린 시장 선거도 노리고 있다. 녹색당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 사민당(23%)보다 높은 24%의 지지율을 얻었다. 역시 1980년 창당 이래 최초의 현상이다. 만년 3당 신세이던 유럽의 녹색정당들한테 이번 사고는 큰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원전의 위험성에 국제적 분쟁도 싹트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최근 러시아 쪽의 잇단 원전 건설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일본 원전 사고 닷새 뒤인 지난달 16일 벨라루스에 90억달러(9조7587억원)를 빌려주면서 원전을 짓기로 합의했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낀 자국 영토 칼리닌그라드에도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2009년 노후 원전을 폐쇄한 리투아니아는 국토 양쪽에 러시아제 원전을 두게 된 것이다. 특히 벨라루스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나라여서 국내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이본영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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