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스앤피·S&P)가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 등급을 매기는 국가는 미국을 포함해 약 20개국에 이른다.
유럽 3대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델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강소국들, 그리고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트리플A 등급을 받는 유일한 나라다.
같은 트리플A 중에서도 북유럽과 유럽 강소국, 싱가포르 등의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더 건전하다. 그리고 미국은 트리플A 국가 중 재정상태가 가장 나쁜 나라에 속한다. 스위스, 싱가포르, 스웨덴 등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가 0.4%, 0.7%, 1.5%로 거의 균형재정 상태이고, 노르웨이는 재정흑자가 9.4%에 이르고 있는데 반해, 지난해 미국의 재정수지는 10.6% 적자로 심각한 수준이다. 영국의 재정수지 적자가 10.4%로 미국과 비슷하고, 프랑스 7.7%, 독일 3.3% 등이다.
또 지난해 미국의 국가채무는 1조23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의 8%에 해당한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8.3%)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BB+로 투기등급이다. 프랑스도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7.4%로 꽤 높은 수준이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 국가신용등급은 여러가지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재정건전성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짓는 건 아니다. 대체로 강대국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좀 나빠도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닌 경우, 급격한 재정악화는 곧바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도 3년 전에는 에스엔피가 신용등급 트리플A로 책정했으나, 현재 스페인은 2단계 하락한 더블A(AA), 아일랜드는 6단계 하락한 A로 추락했다.
미국은 누적채무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98.5%로 역시 트리플A 국가 중 최악이다. 이는 최근 재정위기에 직면한 신용등급 A-의 포르투갈(98.7%)과 비슷하고,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AA에 위치한 스페인(78.2%)보다 재정건전성이 더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97.1%), 영국(88.6%), 독일(81.3%) 등도 정부부채 규모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온 결과다. 미국은 감세조치도 한몫했다.
한때 신용등급 트리플A였던 일본도 지난 1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0%를 넘으면서 올 1월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려왔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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