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인근 양저우 방문 ‘남행’…귀국길에 후진타오 만날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사흘째인 22일 상하이 근처의 장쑤성 양저우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2006년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지들을 돌아본 데 이어 5년 만의 ‘남행’을 통해 북-중 경제협력과 개혁개방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오후 지린성 창춘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22일 저녁 8시30분(현지시각)께 양저우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1일 중국 동북3성을 돌아본 김 위원장 일행의 열차는 21일 저녁 7시께 랴오닝성 선양역을 무정차 통과한 뒤 행방이 묘연했으나, 이날 밤 공안들의 삼엄한 경계에 휩싸인 양저우역에 도착했다. 40여대의 승용차에 나눠탄 일행은 밤 8시55분께 양저우시 영빈관으로 들어갔다. 영빈관은 일반인의 숙박을 받지 않고 경계를 대폭 강화해, 이날 밤 김 위원장 일행이 이곳에서 머무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양저우행은 중국과의 인연을 회고·과시하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중국 대운하의 중심도시인 양저우는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이며 1991년 김일성 주석도 방문했던 곳이다. 지난 방중에서 3차례 장쩌민 전 주석과 회담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양저우에서 장 전 주석과 재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이달 말 북한과 중국이 북한의 황금평과 나선특구를 개발하는 대대적인 경협 행사를 열 예정이어서, 이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상하이 등 중국 경제의 심장부를 방문해 ‘중국식 발전모델’을 시찰하며 경제 활성화 의지를 보이려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상하이는 양저우에서 기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1월 상하이 푸둥지구의 증권거래소와 첨단산업시설을 둘러본 뒤 “상하이는 천지개벽됐다”고 말했고, 2006년 1월에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노선을 따라 광저우·선전·주하이·우한 등을 둘러봤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동북과 남부의 중국 경제 중심지들을 둘러보면서 개혁개방 결심을 재확인하고, 28·30일로 예정된 북한과 중국의 황금평·나선 개발 대규모 행사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북 교역·경협을 전면 중단한 5·24 조처 1돌을 겨냥해 긴밀한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방중에는 북-중 경협과 외자 도입을 책임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동행해 북-중 경협과 관련해 본격적인 교섭과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은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러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하이 등에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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