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동행 확인안돼…“일행 일부는 남아 중국과 경제회의” 전하기도
21일 오후 1시40분(현지시각) 중국 지린성 창춘의 최고급 호텔인 난후빈관(사진)에서 김정일 위원장 일행을 태운 차량 50여대의 행렬이 썰물처럼 빠져나왔다.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보이는 다른 차보다 긴 검은색 승용차가 눈에 띄었고 행렬 중간엔 구급차가 있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난후빈관에서 2시간 동안 중국 쪽 인사들과 오찬을 겸한 회담을 했다. 난후빈관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던 곳으로 김 위원장은 2번째로 이곳을 방문했다.
오찬에는 가무단의 연주 등 성대한 환영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일행이 떠난 뒤 호텔을 나온 두 여성 연주자는 “북한 지도자를 봤다”며 “김정일 위원장 아들도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난후빈관의 한 종업원도 “김정일은 봤으나, 아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 종업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나 중국 쪽 참석자 등 민감한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호텔 쪽에서 미리 주의를 준 듯 ‘한국 기자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호텔 식당의 일정표에는 이날 바이허룸 등 3곳에서 3팀으로 나눠 오찬이 진행된 것으로 돼 있었다.
김 위원장 방중 일정의 중요 부분이 북-중 경협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이날 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오전 8시30분 창춘역에 특별열차 편으로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시 외곽에 있는 동북 지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이치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 지난해 방중 당시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지 않았던 곳을 이번에 돌아본 것이다.
김 위원장이 떠난 뒤에도 수행단의 일부 인사들은 이날 저녁에도 호텔에 남아 중국 쪽 인사들과 경제 관련 회의를 함께 했다고 호텔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오후 김일성 배지를 단 북한 쪽 인사들이 호텔 로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호텔 종업원은 “이들은 북한 지도자 일행과 같이 왔다”며 “김정일 일행은 오늘 열차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내일(22일) 비행기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향한 중국 남방지역으로 이동해 경제시찰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창춘/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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