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미국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관 앞에서 어린 아들을 안은 한 남자가 런던 연쇄 폭탄테러로 숨진 사람들을 추도하며 십자가를 걸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한국도 몇차례 위협대상 오르내려
다음 표적 촉각…국제협정 촉구
덴마크 일본 등 이라크 철군 일축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군이 저지른 학살에 대한 응징이며, 덴마크와 이탈리아, 그리고 모든 십자군 정부들도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똑같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런던 연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유럽알카에다 비밀조직’은 7일 인터넷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의 파병국들을 다음 공격 목표로 지목했다. 성명의 진위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테러공격과 이라크·알카에다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의 공격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각국 정부는 테러조직의 다음 공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에 파병했던 36개국 중 현재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25개국이다. 8700명의 영국에 이어 다음으로 파병 규모가 큰 나라는 북부 에르빌에 35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이다. 지난해 10월1일 ‘이슬람 세계를 침공한 십자군과 미국,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동맹들의 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저항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육성 추정 테이프가 <알자지라>를 통해 방송되는 등 한국도 몇차레 테러위협 대상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유럽알카에다’ 조직이 지목한 이탈리아는 3번째 규모인 3000여명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아프간에도 파병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에도 나시리야의 이탈리아군 기지가 폭탄공격을 받아 이탈리아군 19명이 숨졌다. 덴마크는 영국군의 지휘 아래 바스라 지역에 530명을 주둔시키고 있고, 아프간에도 소규모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스페인이 ‘마드리드 연쇄폭탄테러’ 직후인 지난해 4월 2000여명을 모두 철군시킨 것을 비롯해 니카라과, 필리핀, 타이, 뉴질랜드, 헝가리 등이 철수했고, 폴란드, 불가리아, 우크라이나도 올해 말까지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다. 100명 이상의 비교적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나라들 가운데 철군 일정을 밝히지 않은 나라는 영국, 덴마크,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얼마 되지 않는 셈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파병을 거부했지만 아프간에는 군대를 보낸 프랑스와 독일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200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카에다 조직은 독일인을 납치·살해하면서 아프간 파병의 대가라고 주장했었다. 테러 불안이 번지면서 한편에서는 철군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각국은 테러에 맞선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7일 테러범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 철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오히려 영국에서 높아지던 이라크전 반대 여론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지타운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찰스 쿱찬은 “영국이 스페인처럼 철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라크전과 관련한 블레어와 부시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주재 미국과 영국 외교관들은 7일 1998년부터 논의만 거듭해온 대테러 국제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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