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곳 테러 자폭 아닌 시한폭탄
“느슨한 연계조직 소행 가능성” 7·7 런던 테러 현장을 조사한 영국 경찰은 사건 현장을 봉쇄하고 폭탄테러의 단서를 찾는 한편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듯’ 범인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 폭발물의 잔해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영국 경찰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2개의 미폭발 폭탄 꾸러미가 수거됐다는 보도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테러와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영국 경찰은 지하철 3곳에서의 폭발은 자살폭탄공격이 아니라 타이머가 장치된 폭탄이 터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마드리드 열차테러처럼 휴대전화나 원격조종기에 의한 폭발이 아니라, 범인들이 타이머가 장착된 폭탄 꾸러미를 지하철 바닥에 놓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오전 9시47분께(현지시각) 30번 노선버스의 지붕을 날려버린 폭탄은 의자나 선반에 놓여 있다가 목표지점으로 이동하던 중 우연히 폭발해 자살폭탄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런던 경찰청 대테러 부서 책임자인 앤디 헤이먼은 각 폭탄의 규모는 10파운드보다 작은 소량이었으며 배낭에 집어넣을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영국 경찰은 누구의 소행인지에 대해서도 단정을 피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지목했고,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알카에다와 관련된 공격이라는 징표가 있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아직 특정 단체를 지목하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자기 소행이라고 밝힌 ‘유럽알카에다 비밀조직’의 인터넷 메시지에 대해서도 신빙성을 높게 두지 않고 있다. 유럽알카에다가 지난해 3월 마드리드 테러와 이번 런던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위장된 명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테러전문가인 매그너스 랜스토프 교수는 “느슨하게 연관된 몇 개 조직에서 10~20명이 이번 테러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8국 정상회의에 대비한 엄중한 테러경계 속에 감행된 이번 공격은 영국내 요시찰 인물들이 가담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영국 경찰의 고위간부가 말했다. <알하야트>의 카이로 지국장이자 이슬람극단주의 전문가인 모하메드 살라는 “9·11 테러가 함부르크의 모하메드 하타에 의해 주도된 것처럼 영국 보안당국이 간과한 ‘수면조직’에 의해 감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엠에스엔비시>는 지하철과 버스 폭파현장 근처에 설치된 폐쇄회로 감시카메라의 녹화비디오들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돼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전역에는 420만개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주로 대도시 위주로 설치돼 있다. 런던에만 지하철 6천여개, 기차역에 1800개가 있으며, 시내버스에도 카메라가 있다. 런던 시민들은 하루 평균 300여차례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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